내일을 꿈꾸지만… 날개 꺾인 우리시대의 영웅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5-03 03:00 수정 2022-05-0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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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선정작 ‘우투리…’ 리뷰

연극 ‘우투리: 가공할 만한’에서는 영웅으로 태어난 남성이 주인공인 설화와 달리 스스로 영웅이 되는 여성 ‘3’이 주인공이다. 창작집단LAS 제공

‘아기장수 우투리’는 한반도 전역에 내려오는 구전 설화다. 폭정이 심하던 시대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우투리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영웅이지만 결국 뜻을 펴지 못하고 죽는다. 지난해 초연을 거쳐 서울연극제 선정작으로 지난달 29일 개막한 연극 ‘우투리: 가공할 만한’도 이 설화에서 출발한다.

혹한의 시대, 비극적 영웅이란 소재를 제외한 모든 것이 새롭다. 여성이 스스로의 결단으로 영웅이 돼 사회구조적 착취에 맞선다. 극 중 우투리를 암시하는 주인공 ‘3’(김희연)은 3등 시민이 모여 사는 도시의 세탁소집 딸로 태어난다.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일이 궁금한 삶을 살기 위해 떠난 곳에서 새 희망을 발견하지만, 이내 모순을 발견하고 고뇌에 빠진다. 이기쁨 연출가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작은 균열을 내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분간 진행되는 공연에는 배우 5명이 등장한다. ‘3’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여러 배역과 내레이션을 함께 맡는다. 배우이자 극 중 캐릭터, 두 역할이 무대 안팎에서 혼재돼 등장하는 모습은 홍단비 작가의 의도를 반영했다. 홍 작가는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관찰자가 되는데 ‘애정과 진심이 담긴 관찰’은 진실하고 소중한 것을 물 위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회색 시멘트 집, 고철 공장, 무기 제작소 등 차갑고 날카로운 장면의 배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무대 디자인과 조명도 인상적이다. 극의 처음과 끝에 앙상블로 흐르는 노랫말은 가사와 음정 모두 동요처럼 귀에 익다.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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