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유동인구 밀집지 변화에…상권·업종별 희비 엇갈려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5-02 12:45 수정 2022-05-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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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 가운데 상권과 업종별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지만 실제로는 상권별, 업종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주거지역이 밀집된 지역은 상대적인 호황을 누린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내에서 마포구 서교동 등 번화가 지역에 위치한 외식업과 뷰티업종은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반면 종로구 일대 등 중심업무 지역과 서대문구 북아현동 등 주거중심 지역에서 인테리어나 홈쿡, 리빙 관련 업종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 ‘코로나19가 서울시 상권 매출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행정동 단위 유동인구 군집화를 통한 업종별 비교를 중심으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서울시내 전역을 1487개 상권, 375개 행정 동 단위로 나눈 뒤 2019년과 2020년 매출액을 분석 비교했다.

그 결과 △종로구 종로1~6가동,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51개 행정동은 ‘중심업무 상권’ △마포구 서교동, 송파구 잠실본동, 강남구 청담동 등 85곳은 ‘번화가 상권’ △서대문구 북아현동, 노원구 상계동, 금천구 독산동 등 238곳은 ‘주거중심 상권’으로 각각 분류됐다.
● 유동인구, 중심업무·번화가↓ 주거밀집지 ↑
© News1



2일 보고서에 따르면 상권 활성화에 핵심적인 요소인 유동인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중심업무나 번화가 상권에선 크게 줄어든 반면 주거중심 상권은 오히려 늘어났다.

대표적인 번화가 상권이자 2019년과 2020년에 모두 유동인구 1위를 차지한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주변의 경우 연간 유동인구가 2551만 명에서 1964만 명으로 무려 24.0%(612만 명)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3위를 지켰던 종로구 종로 1~4가동도 연간 유동인구가 2031만 명에서 1590만 명으로 21.7%(441만 명)가 줄었다. 또 강남구 역삼 1동도 1469만 명에서 1181만 명으로 19.6%(288만 명)가 사라졌다.

지역별 유동인구 순위변화도 심했다. 중구 소공동 남대문 및 주변상권은 2019년 2위(유동인구·2041만 명)에서 5위(1541만 명)로, 서대문구 신촌동 신촌로터리 일대 상권은 4위(1894만 명)에서 7위(1421만 명)으로 각각 내려앉았다.

반면 서대문구 북아현동은 2019년 5위(1720만 명)에서 2020년 2위(1908만 명), 강남구 대치4동은 9위(1457만 명)에서 4위(1580만 명)으로 순위도 오르고, 유동인구도 증가했다.
● 용산전자상가, 노량진·가락 수산시장은 특수
이번 조사에서 전체 매출액 총액은 2019년 대비 2020년에 약 8% 정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용산구 한강로와 동작구 노량진1동, 송파구 가락1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상승폭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용산전자상가가 위치한 용산구 한강로동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모두 매출액 1위에 올랐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19년 2조5100억 원에서 2020년에 4조2000억 원으로 무려 67.3%(1조6900억 원)이 뛰었다는 점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으로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있는 동작구 노량진 1동은 2019년 1조600억 원으로 10위에 머물렀지만 2020년에는 1조4600억 원으로 6위로 올라섰다. 또 가락수산시장이 있는 송파구 가락 1동도 2019년에는 상위 매출액 20위권 밖이었지만 2020년에는 1조3100억 원을 기록하며 9위에 당당히 랭크됐다. 두 곳 모두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농수산물 시장의 도소매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됐다.
● 외식 패션 뷰티 지고, 의료 리빙 홈쿡 떴다.
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외식업, 패션, 뷰티, 교육 관련 업종 매출이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두기로 외식횟수 감소, 외출에 필요한 옷과 화장품 등의 소비 저하, 비대면 수업 활성화 등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의료기기와 리빙, 홈쿡, 업종의 매출은 많은 지역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기기의 경우 마스크 수요 증가에 따라 공적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매한 것이 의약품 매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리빙 업종은 평균 판매가가 높은 가전제품, PC 등의 판매량이 ‘집콕’, 온라인 교육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홈쿡 업종은 외식 대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일이 늘면서 매출이 늘어났다. 식료품, 과일, 축산, 수산물 등의 소비가 증가한 결과다.

다만 일부 업종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었다. 인테리어 업종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매출이 증가했지만 규모가 달랐다. 방산시장이 포함된 중구 동호로의 영향으로 중심업무 상권의 매출 증가율(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112%에 달했다. 반면 주거중심 상권(51%) 번화가(43%)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업종도 있다. 리빙 업종의 경우 용산전자상가가 포함된 중심업무지역은 60% 증가한 반면 주거중심 상권은 3% 증가에 그쳤고, 번화가는 오히려 2% 감소했다. 편의점도 주거중심지역에서는 3% 성장했지만 중심업무(-0.07%)와 번화가(-0.10%)에선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수립할 때 업종과 입지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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