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부터 조각까지… 팀 버튼의 모든 상상력 보러오세요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5-02 03:00:00 수정 2022-05-02 03: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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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DP서 ‘팀 버튼 특별전’
‘한 도시, 한번만 전시’ 틀 깨고 서울서 10년 만에 다시 전시
일러스트-회화 등 522점 출품
전시 후반부엔 실현되지 못한 영화-도서 프로젝트도 공개


팀 버튼 감독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개인전 전시장에서 작품을 살피고 있다(위 사진). 버튼은 이번 전시에서 DDP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대형 조형 작품을 선보였다. 지엔씨미디어 제공
빨강, 노랑, 파랑의 구형 생명체가 전시장 흰 벽을 뚫고 나타났다. 줄무늬 다리를 꿈틀거리며. 여러 개의 눈으로 사방을 뒤살피며.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전시장 입구에 놓인 이 조형물은 팀 버튼(바른 표기는 팀 버턴) 감독(64)이 올해 만든 새로운 캐릭터다. 조형물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에서 꼭 전시를 열고 싶었다”던 버튼이 DDP 디자인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버튼이 한 도시에서 한 번만 전시를 여는 것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이 조형물은 한국을 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버튼은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월드투어 프로젝트 ‘팀 버튼 전’을 연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10년 만에 두 번째 전시를 연 이유에 대해 그는 “10년 전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와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서울을 다시 방문해 선보인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 회화, 사진, 조각 등 출품작만 522점에 이른다. 브랜디 폼프렛 팀버튼프로덕션팀 총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버튼이 해온 52년간의 작업이 총망라돼 있다. 어디서부터 버튼의 창작이 시작됐고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전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튼 영화의 팬이라면 전시장 곳곳에 대표작 ‘비틀쥬스’(1988년),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년) 등의 원천이 된 드로잉과 스토리보드, 대본을 살펴보는 재미가 상당할 것이다.

영화와 관련된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전시의 시작은 10대 시절 그린 드로잉 원본들로 구성돼 있다. 스스로를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평하는 버튼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알을 깨고 나오는 괴생명체와 커다란 비행접시를 그린 ‘비행접시와 외계인들’(1972∼1974년)을 보면 그의 상상은 초기부터 남달랐다.

공상가였던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고향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말에 열리는 카니발이었다. 그의 작품세계의 주제를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유머와 공포’(카니발레스크) 주제가 대표적이다. 절제의 시간인 사순절 직전에 축제가 벌어진다는 모순은 그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기괴한 거미를 그린 ‘무제―비정상적인 역사: 거미 선인장’(1994년)에서 볼 수 있는 튀어나온 눈동자, 꼬인 혓바닥이 대표적인 표현 방식이다.

버튼의 상상이 매번 현실이 됐던 건 아니다. 전시 후반부에는 실현되지 못한 영화, TV, 도서 프로젝트도 가감 없이 공개됐다. 눈과 발이 여러 개인 괴물과 꼬마의 이야기를 담은 드로잉 ‘무제―사탕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1980년)가 눈길을 끈다. 버튼은 언제나 창작을 즐겼고,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게 습관이었다. 종이가 없으면 냅킨을 사용했다. 출품작인 냅킨 드로잉 90점은 한 장 한 장이 다른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실수로 흘린 붉은 소스까지도 그림의 일부로 활용됐다.

그의 열정은 전시 마지막에 재현한 영국 런던 작업실에서도 드러난다. 6∼9m² 남짓한 이 공간의 책상과 벽면 곳곳에는 그의 드로잉 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버튼의 TV 시리즈 ‘웬즈데이’를 엿볼 수 있는 그림들도 이 공간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9월 12일까지. 1만3000원∼2만 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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