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만전자’된 삼성전자, 부사장급 이상 임원에 “자사주 매입해달라”

송충현 기자

입력 2022-05-02 03:00 수정 2022-05-0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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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자 경영진 주식보유 의견, 국내 투자자에도 책임경영 시그널”
1분기 매출 77조 역대 최고에도 주가는 6만원대 중반서 지지부진
증권가, 목표주가 8만~9만원대 하향 “임직원 매입만으론 역부족” 평가도


동아일보 DB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진은 물론이고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도 자사주 매입 독려에 나섰다. 올해 1분기(1∼3월)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6만 원대에 머물면서 회사 안팎의 위기감이 커지자 내놓은 해법이다. 임원들의 책임경영 의지를 외부에 알려 과도하게 저평가된 주가를 반전시켜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 및 주요 임원들이 당사 주식을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내용의 e메일 공지를 부사장급 이상 주요 임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350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모두 포함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삼성전자는 공지에서 요청 배경을 설명하며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고 전했다. 해외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에 대한 대책 마련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600만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경영진의 주식 매수가 책임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수한 실적에도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아 왔다.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매출액이 77조781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28일 주가는 52주 신저가인 6만4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지에서 회사 내·외부 전문가들이 분석한 주가 하락의 다양한 원인들도 함께 짚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이탈한 점을 거론했다. 외국인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 및 치열해지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경쟁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대만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보다 3%포인트 상승한 56%, 삼성전자는 2%포인트 하락한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성장성을 담보할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올 들어 자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며 시장에 기업 가치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보통주 8000주를 주당 6만7200원에 매수했다. 이에 앞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등 최고 수뇌부들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3월 이후 자사주를 매입해 공시한 삼성전자 임원은 총 20명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공지는 최고경영진 외에 실무 임원들에게도 주식 매수를 권유했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까지 주식 매수에 나설 경우 시장에 주가를 올리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더 강하게 내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만으론 반전을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한때 ‘10만 전자’를 넘봤던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는 8만∼9만 원대로 떨어져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다만 러시아 사태와 중국 봉쇄 등의 이슈가 해소되는 구간에서는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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