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건강 두 토끼 잡는 골프 관람[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4-30 09:00 수정 2022-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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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녀골프대회 일제히 관중 입장 허용
18홀 걸으면 1만5000보 이상 운동 효과
선 블록, 모자로 불청객 자외선 차단
자연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도 해소


골프 대회 관람은 경기를 보는 재미와 함께 걷기 운동을 병행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3년 만에 갤러리 입장을 허용한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가 열린 가야CC에는 대회 기간 2만3000여명의 팬들이 몰렸다. 스포티즌 제공

텅 비어있던 골프장에 갤러리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의 매력을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일상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요소다.
●구름 관중에 선수들도 신바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매주 국내 남녀프로골프 대회가 열린다. 골프 팬들의 발걸음이 골프장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구도영 씨 제공


이번 시즌부터 갤러리 입장 허용에 따라 24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에는 대회 기간 나흘 동안 총 2만3387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는 관중수가 1만 명을 돌파해 1만23 명을 기록했다.

이 대회 관중 수는 사전 예매와 현장 판매를 통해 유료 티켓을 구입한 관중과 주최사 초대권으로 입장한 관중을 합친 것. 유료 관중 비율은 약 40%인 9400 명에 이른다. 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입장권 수입은 1억 원을 넘겼다.

대회 우승자 유해란은 “갤러리와 함께 한 우승이어서 뜻 깊었다”고 말했다. 통산 5승을 올린 그는 앞서 4차례 우승했을 때는 무관중 경기여서 썰렁했었다고 한다.

한 경남 지역 골프 팬은 “TV로만 보던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관람하니 너무 좋았다.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관계자는 “그동안 관중과 만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이렇게 해소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골프 팬들이 다시 한번 선수들의 멋진 샷과 경기를 즐기는 출발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 국내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팬들이 선수의 티샷을 지켜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 대회에 한 주 앞서 치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개최된 춘천 라비에벨CC에도 팬들이 운집했다. 기적 같은 5타차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상현은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친 뒤 “모처럼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플레이하게 돼 더욱 신명이 났다”고 말했다.

28일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개막한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도 갤러리 앞에서 플레이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효주는 “선수 입장에서는 팬들이 많이 오셔야 힘이 난다. 추억을 되살리며 대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박현경은 “많은 분들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더 즐겁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2 마스터스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를 보기 위해 대회 1라운드에는 4만여 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 부상 위험 없이 뼈와 근육 강화에 도움
갤러리가 있어 선수들이 힘을 더 내듯 팬들은 골프 관람을 통해 재미와 건강의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 연구에 따르면 골프 대회에 관중으로 참가하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드넓은 골프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 18홀을 함께 돌다보면 자연스럽게 충분한 걷기 운동을 하게 된다. 특히 신체 활동이 적은 중년층에게 골프 관람은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건강 증진 신체 활동이다. 18홀을 따라 돌면 4시간 동안 10km 내외를 걷게 된다.

2016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폴 로리 매치플레이 대회를 지켜본 갤러리의 83%가 하루 권장 걸음수를 충족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339명은 평균 1만1589보를 걸었다.

골프 관람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을 제공할 뿐 아니라 녹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 가족과 어울리게 돼 정서, 사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에딘버러대학 앤드루 머리 박사는 “걷기는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 가운데 하나다. 수명을 연장하고 행복을 증가시킨다. 골프 갤러리는 멋진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참가한 전체 관중은 전 세계를 4바퀴 도는 거리를 걸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갤러리의 관람 복장은 편안하면 그만이겠지만 신발만큼은 잔디 보호를 위해 골프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가끔 하이힐 차림으로 페어웨이를 누비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해야 한다.

봄 햇빛은 피부 노화와 피부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이 강하므로 선 블록을 미리 충분히 바르는 게 좋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커다란 골프 우산을 양산처럼 쓰면 다른 사람의 관전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모자가 권장된다.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물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자주 마셔야 한다.

2022 KLPGA챔피언십이 열린 포천 일동레이크GC 주변에 선수를 응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크라우닝 제공


● 관람 매너 지키면 즐거움 배가

한국은 특정 선수에 대한 팬덤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팬클럽도 활성화 돼 있어 대회 때마다 단체 관람과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KLPGA챔피언십이 열린 일동레이크GC 주변에는 선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내걸렸다. 같은 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홀아웃했다고 해서 다음 홀로 서둘러 이동하는 것도 금물이다.

선수가 티잉그라운드나 페어웨이에서 샷을 준비할 때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스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숙을 유지한 뒤 스윙이 끝나면 얼마든지 ‘굿샷’을 외쳐도 좋다. 선수들이 친 공이 날아오더라도 건드려서는 안 되며 타구 사고를 막기 위해 공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아 온 가족 골프장 나들이라도 계획하면 어떨까. 꿩 잡고 알도 먹을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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