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걷기 운동’으로 예방해야”

김상훈 기자

입력 2022-04-29 13:37:00 수정 2022-04-29 14: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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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형. 맨 아래가 정상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골다공증이 심하다. 중간 단계(세 번째)는 골밀도가 낮지만 마지막 단계(맨 위)에는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져 골밀도가 높은 것처럼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60대 후반의 이순임(가명) 씨는 최근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든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골밀도 검사부터 했다.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 수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뼈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달랐다. 뼈 내부에서 이미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씨는 골다공증이 오래전 시작됐고, 뼈 내부 골절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말했다. 골밀도는 정상이지만 골절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 골밀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뼈 내부 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이런 상황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면 뼈가 압축됐으니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0대 이후에는 골밀도와 엑스레이 검사를 병행해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60대 이후 키가 4cm 이상 줄어들었다면 골다공증을 의심할 것을 권했다. 또 골다공증은 전조 증세가 거의 없으므로 골밀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 교수는 60대 후반 이후에는 키가 줄었는지 체크할 것을 권했다. 가장 키가 컸던 20대에 비해 4cm 이상 줄었다면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척추뼈가 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키가 줄어드는 범위는 보통 1~2cm 정도다. 김 교수는 “4cm까지 키가 줄어들려면 뼈 내부 골절이 발생하면서 뼈가 찌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2, 3명 정도는 키가 확 줄어서 그 이유를 알려고 병원에 왔다가 골다공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세가 거의 없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무릎이 아플 때 “뼈가 삭았나?”라고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근육통이거나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근육통과 관절염은 골다공증과 관련이 없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라 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골다공증, 70%가 치료 안 받아”
70대 초반의 김순희(가명) 씨는 얼마 전 새벽에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 확인됐다. 다행히 뼈를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났고, 김 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미 2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일단 골절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설령 골절을 막을 수 없었더라도 재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현재 김 씨의 재활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골절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10명 중 6명꼴로 일상생활로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 기간이 보통 5년 이상으로 긴 데다 치료하더라도 당장 체감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관절염이라면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골다공증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인데, 효과를 당장 느낄 수가 없다.
● 남자들도 골다공증 무시하면 안돼
2년 전 60세 남성 강철성(가명) 씨가 김 교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김 교수가 원인을 따져 봤다. 강 씨는 실내 근무를 주로 한 탓에 비타민D 결핍이 심했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층의 경우 △음주와 흡연 △커피나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료 섭취 △과도한 체중 감량 △실내 생활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권했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 교수는 강 씨에게 비타민D를 보충하고 절주(節酒)를 주문했다. 동시에 뼈를 자극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권했다. 결과는 좋았다. 생활 습관을 적극 개선한 결과 2년 만에 골밀도 검사에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강 씨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한 사례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이 병을 ‘여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물론 발병 확률은 여성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골절로 인한 중증 발병률과 사망률은 남자가 훨씬 높다. 무관심한 사이에 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자들도 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골다공증 예방하려면…



사진출처=pixabay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에 자극을 가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특히 걷기를 추천했다. 걸을 때는 뼈에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만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오래 걷는 것이 오히려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뼈에 가해지는 자극은 걷기보다 덜하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물에 떠있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에 대한 자극도 약해진다. 또한 건강한 근육에서는 뼈 건강에 좋은 ‘마이오카인’을 비롯해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런 물질도 덜 분비된다.

지나치게 마르면 골다공증에 취약하다. 체중이 가벼워 뼈에 대한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이 쪘다면 움직일 때마다 뼈에 대한 자극이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의 부작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겠다며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체중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영양 불균형을 부르며 칼슘과 단백질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막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가능하면 30대 이후부터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50대 이후라도 보충하도록 하자.

칼슘 보충제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많다. 매일 우유 2잔, 혹은 고칼슘 우유 1잔 정도를 마시면 400~500mg 정도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석회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칼슘 섭취 국가다.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한다면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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