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2022년 주택 공시가격

황재성기자

입력 2022-04-29 12:50 수정 2022-04-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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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어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데 이어 29일(오늘)에도 전국 시군구에서 올해 적용할 개별단독주택공시가격(‘개별주택공시가격’)과 개별공시지가를 공개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공동주택공시가격과 개별주택공시가격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주택 관련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과표’) 등을 정할 때 기준이 될 공시가격을 올해 대신 지난해 것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새로운 산정방식을 적용한 별도의 공시가격이 마련될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국토교통부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공시가 산정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개별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사용처가 불분명해졌고, 정부가 올해 공시지가 산정을 위해 지난해 투입한 550억 원대의 예산에 대한 낭비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 공동주택에 이어 개별주택, 개별토지 공시지가도 공개



국토부는 28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적용될 2022년도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17.20% 높인 수준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지난해(19.05%)에 이어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어 29일(오늘)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226개 시군구에서 일제히 올해 적용할 개별주택과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개별주택은 6.56%로 지난해(6.10%)보다 소폭 높아졌고, 토지는 9.93%로 지난해(9.95%)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에서 서울의 경우 토지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평균 11.54% 상승했다. 개별주택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제시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10.55%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자릿수 상승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개별주택이 6.53%(2021년·5.92%), 토지가 9.93%(9.31%)로 지난해보다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인천에서는 개별주택은 5.39%로 지난해(5.58%)보다 소폭 낮아졌고, 토지 는 8.44%로 지난해(8.45%)와 비슷했다.

● 효용성 떨어질 2022년도 주택 공시가격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 가운데 공동주택과 개별주택 관련 공시가격은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세나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과표 등을 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소유자(1469만7000명) 가운데 1주택자는 84.2%(1237만7000명)에 달한다. 결국 주택자의 대다수가 올해 공시가격 대신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받게 된다는 뜻이다.

주택보유수에 따라 이중적인 과세가격 기준이 적용되면서 정책 일관성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2022년 주택공시가격과 보유세제 논의동향’에서 “정부가 1주택에 대한 보유세 완화 계획을 시행하면 9800억 원가량의 경감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한 뒤 “이런 보유세 완화안은 미봉책에 불가하며, 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방식을 도입해서 공시가격을 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28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배경설명(백브리핑) 과정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시가격 개편 작업에 착수하고, 내년 공시가격은 새로운 산정 근거를 기반으로 정할 방침”이라는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개편 용역은 언제부터 진행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현재 공시가격과 관련한 국정 과제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음 주 최종 확정돼 발표되면 확정안에 따라 새 정부에서 연구용역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용역 결과시기에 대한 물음에 “용역 기간은 2023년 공시가격 발표 시점에 맞출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지가를 만드는 데 투입된 예산에 대한 낭비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의 ‘2022 회계연도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개요’에 따르면 주택공시가격조사 관련 예산으로 지난해 557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12억 원(2.1%) 늘어난 569억 원을 책정해둔 상태다.

● 전반적인 재수정 요구도 등장



한편 관련 전문가들은 현행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즉 “시가와는 무관하게 인상하는 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27일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한국감정평가학회가 ‘지방분권체계 강화를 위한 공시가격 및 지방세 과표 개편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이런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특히 주택 가격별로 현실화율 목표가 다른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90%가 목표다. 다만 9억 원 미만은 2030년, 9억~15억원 주택은 2027년, 15억 원 이상은 2025년으로 서로 다르다.

이와 관련, 전동흔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조세심판원 상임조세심판관)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인상폭을 미리 정해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부동산공시법상 법적 근거가 없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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