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재계 만남 누가 주도? 상의-전경련-경총 ‘맏형’ 경쟁

송충현 기자 , 곽도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4-29 03:00 수정 2022-04-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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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앞두고 분주한 움직임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의 물밑 경주가 치열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간 주도 경제성장을 공언한 만큼 주요 경제 정책의 파트너 역할을 하거나 대안을 만들어낼 ‘재계 파트너’ 자리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 한미 재계 행사 주도권 경쟁
28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단체들은 다음 달 20∼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추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뒤 해외 경제사절단 구성을 앞두고 치열한 터다지기 작업이 한창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한 미국대사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바이든 방한 시 4대 그룹 또는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인 모임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주한 미국 대사관도 공식적인 파트너를 누구로 할지 부담이 있겠지만 일정 부분 교감해 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강점이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달 초순 국제협력실장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상공회의소 등과 네트워크를 다졌다. 한미 경제 어젠다를 미리 세팅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측 경제계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손경식 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과 뉴욕 등을 방문했다. 손 회장은 경총의 미국 내 파트너인 미국국제비즈니스협의회(USCIB)는 물론 미국 내 영향력이 큰 헤리티지재단 등도 만나 대미 네트워크를 다졌다.

재계에선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중 디지털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만나는 안과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경제단체장을 포함해 만나는 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자리를 어느 단체가 주도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당선인 행사로 존재감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갖고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 당선인이 경제인들과 만나는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의 오찬 회동을 앞두고는 전경련이 재계 쪽 연락채널 역할을 맡아 옛 지위를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해프닝으로 정리가 됐지만 일부 단체의 경우 “왜 전경련이 나서느냐”며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2일 부산 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주 유치위원장, 윤 당선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 당선인은 한 달이 지난 22일 대한상의가 주관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대회’를 찾아 80여 명의 경제인과 회동했다. 대한상의는 상의 부회장단에 속하지 않은 10대 그룹 기업인들까지 초청했다. 대한상의만의 행사가 아니라 새 정부와 재계 인사 간 공식 교류의 장으로 확대시킴으로써 ‘대표 단체’ 위상을 확인시키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총의 경우 새 정부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고 있는 만큼 노사관계 부문에 보다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52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화 등 노동 분야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 경제단체 구도 재편 가능성…4대 그룹이 ‘방향타’
과거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던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조직이 힘을 잃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노사문제에 집중해 온 경총이 전경련과의 통합 가능성을 내비치며 영향력 확장을 꾀했다. 이 때문에 두 단체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단체 간 파워게임의 키는 결국 4대 그룹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경우 그 위상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SK는 전경련에) 아직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재계 안팎 전문가들은 경제단체 간의 경쟁이 소모적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단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기업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있는 그대로 목소리를 내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단체뿐 아니라 노동단체 등도 이익 단체인 만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 전체의 공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객관적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싱크탱크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자유경제, 작은 정부 등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당파나 특정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경제단체나 기업연구소 등은 이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단체 사이 주도권 경쟁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면서 단체 수뇌부들도 이를 신경 쓰는 모습이다. 각 단체 부회장들은 2주마다 모임을 가지며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선 갈등으로 벌어진 전경련과 경총 수뇌부의 회동을 주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근 경제단체 간 경쟁구도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서로 공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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