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입은 상업사진, 작품이 되다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4-29 03:00 수정 2022-04-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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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커머셜: 한국 상업사진…’
대표작가 29명의 작품 150여점
일민미술관 6월 26일까지 전시
‘세속적’ 시선 벗고 예술 경지로


안상미 작가의 ‘하퍼스 바자’(2021년)는 에디터, 헤어, 메이크업, 의상 담당자 등이 모델 이혜승을 둘러싸고 촬영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상업사진은 흔히 세속적인 사진으로 취급받는다. 국내 첫 상업사진 스튜디오를 설립한 한국 상업사진의 대부 김한용(1924∼2016)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사진에 완성이란 없다. 다만 완성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할 뿐”이라고 밝혔다. 상업사진 한 장을 남기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을 헤아릴 때 선뜻 ‘상업사진이 예술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는 국내 상업사진의 미적 특성을 조명한다. 국내 대표 상업사진가 29명의 작품 150여 점이 출품돼 상업사진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비주얼 패션 매거진’을 표방한 잡지 ‘월간 멋’이 창간된 1984년을 상업사진의 기점으로 삼는다. 엘르, 보그 등 해외 유명 패션잡지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발간된 ‘월간 멋’은 프랑스 패션 잡지 마리끌레르와 제휴해 서울의 패션 세계를 조명해 왔다.

구본창 작가의 ‘알렉시오’(1988년)는 자유로운 포즈를 취한 두 남성을 화보 사진으로 담았다.
1전시실은 1세대 상업사진가로 꼽히는 김중만 구본창 김용호 김영수 등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대개 해외유학파로 1984년 무렵 속속 귀국했다. 유학 당시 최신 장비를 활용해 작업한 이들이 귀국해 활동하면서 국내 상업사진은 발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두 남성이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에서 포즈를 취한 구본창의 ‘알렉시오’(1988년)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의 작업은 마치 영화 스틸컷 같다. 선례가 없어 더욱 실험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보정 기술이 흔치 않아 순수한 사진의 힘으로 브랜드를 알렸다. 김영수의 ‘에스콰이아 포트폴리오’(1991년)는 카메라 렌즈에 수증기를 뿌려 구두의 은은한 느낌을 살렸다.

목정욱 작가의 ‘누메로 러시아’(2020년). ‘오징어게임’으로 유명해진 정호연을 잡지 모델로 촬영했다. 한국 모델과 한국 상업사진가의 약진을 보여준다. 일민미술관 제공
가수 이효리를 촬영한 김태은 작가의 ‘더블유’(2017년). 스타를 단순하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2, 3전시실에선 상업사진의 특징인 ‘거대한 자본력, 화려함, 분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상업사진은 패션 잡지를 통해 공개돼 왔다. 대중문화 시장이 커지면서 상업사진가들은 음반 화보나 영화 포스터에도 참여했다. 목정욱의 ‘누메로 러시아’(2020년)는 프랑스 패션잡지 누메로의 러시어판을 장식한 모델 정호연을 담은 작품. 한국 모델이 해외 잡지 표지에 등장하고 한국 사진가가 해외 잡지 표지를 찍는 변화를 상징한다. 스타일링, 헤어 담당자가 모델을 단장하며 촬영을 준비하는 장면을 담은 안상미의 ‘하퍼스 바자’(2021년)는 협업이 필수인 상업사진의 특징을 보여준다. 양복점에서 일상을 찍은 듯한 레스의 ‘아레나 옴므 플러스’(2018년)나 가수 이효리를 촬영한 김태은의 ‘더블유’(2017년)는 단조로움을 부각해 상업사진의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6월 26일까지. 5000∼7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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