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후 각성… 걷고 달려 27kg 뺀 뒤 건강 되찾아”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2-04-29 03:00 수정 2022-04-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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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씨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근처에서 질주하고 있다. 그는 9년 전 뇌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진 후로 매일 달리고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평소에도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술이 문제였다. 김영기 씨(61)는 삼성스포츠단 간부로 있던 2013년 4월 뇌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서야 술을 끊은 뒤 달리고 걷기를 생활화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지금은 매일 2만 보 이상 뛰고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당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일본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 서울 강남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힘들더라고요. 과음 탓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했는데…. 한쪽 귀가 안 들렸고 손에 있던 휴대전화와 물컵도 떨어뜨렸어요. 서 있는데 누가 몸도 자꾸 왼쪽으로 치우친다고 해서 사내 의사를 찾았죠.”

사내 의사가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바로 구급차를 불러 그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오른쪽 경동맥이 막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1주일 치료받은 뒤 퇴원했다. 부정맥 치료를 1년 더 받았다. 1년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사실 김 씨는 뇌경색이 오기 전부터 체중 관리에 들어갔다. 체중이 97kg이나 나가 건강 지표가 위험 수준에 이르자 회사에서 “당분간 체중 관리에 집중하라”고 해서 채식 위주 식단을 짜고 등산과 걷기 등으로 관리해 체중을 84kg까지 줄였다. 그러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고 폭음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까지 간 것이다.

2015년부터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의사는 운동도 하지 말라, 사우나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평소 즐기던 걷기와 달리기, 등산으로 체중 감량에 본격 나섰다. 물론 절대 무리하지는 않았다. 2년 만에 70kg까지 줄였다. 최고 체중에서 무려 27kg을 감량한 것이다. 부정맥을 포함해 당뇨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버린 옷만 한 트럭이 넘는다.

김 씨의 하루는 달리고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5시에 기상해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5시 30분부터 경기 용인시 동천동 집에서 탄천으로 달린다. 왕복 10km를 달리고 오면 동네 사람들과 합류해 6∼8km를 걷는다. 그럼 오전 8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사우나를 즐긴다. 그는 “사우나 마치고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과음은 하지 않지만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하는 즐거움까지 끊을 순 없었다. 이런 게 사는 재미 아니냐”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루틴이 계속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천은 매일 달리고 걷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밖으로 못 나갈 경우엔 지하 주차장을 돌거나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죠. 비와 눈은 상관없어요. 우비를 입고 달립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칠 경우에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 라운드를 마치면 1만5000보는 걷는다. 그는 속칭 ‘BMW(버스, 메트로, 워킹)족’으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한다. 많이 걸을 땐 하루 4만 보 이상 걷는다.

2017년 9월부턴 8년 안에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만 km를 완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고 걷고 있다. 지인들과 전국의 명소도 찾는다.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을 돌았고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에 백두산까지 정복했다. 걸음 수와 거리를 체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직 5년이 채 안 됐는데 약 3920만 보, 2만9600km를 달리고 걸은 것으로 나온다. 매일 평균 2만3000보다.

삼성스포츠단을 나와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에서도 일했던 그는 지난해 모든 일을 접고 건강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쪽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가끔 도와달라는 단체가 있으면 도와주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게 최대의 목표”라고 했다.

김 씨는 체중을 감량하고 걷는 재미를 붙이기에 가장 좋은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했다.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수준에 맞춰 도전하다 보면 산을 타는 재미를 느끼고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이 없으면 100세 시대도 없다. 걷고 달리면 건강은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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