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의 고민 어떻게 해결? ‘성지식 앱’ 만들어 정보 나눠

김하경 기자

입력 2022-04-29 03:00 수정 2022-04-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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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11〉펨테크 기업 ‘아루’ 이명진 대표

이명진 아루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이 회사에서 발간한 핸드북을 들고 웃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옆에 쌓인 각종 책들을 참고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루(AROOO)’는 여성을 위한 성(性)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펨테크(femtech·female technology) 스타트업이다. 이명진 아루 대표(32)는 국내 한 중소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사내 벤처 아이디어를 기획할 기회가 생기자 평소 가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죄책감 없이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 대표는 “많은 사람이 물욕, 식욕 등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할 때 행복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며 “특히 성의 영역은 지식이 부족해 고통이 더 크다고 생각해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2020년 12월 선보인 게 여성을 위한 성지식 콘텐츠를 담은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름의 앱이다. 이 앱에는 여성끼리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있다. “성 관련 지식을 검색하면 야한 콘텐츠나 광고가 너무 많이 뜨고, 올바른 정보를 걸러내기도 힘듭니다. 여성만 모여 관련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형성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나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20대 초반에 질염을 앓았다. 당시만 해도 엄마에게조차 털어놓기 부끄러웠고, 인터넷에 쏟아지는 정보는 무엇이 정확한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1년을 내리 앓던 그는 고민 끝에 산부인과를 방문했고, 질염은 치료를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고통받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방’의 목표는 여성들이 수치심이나 불안감 등 불편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지식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사 인증 시스템을 통해 한국 나이로 20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용자의 75%가 20대, 나머지 24%가 30대, 1%는 40대 이상”이라며 “성생활을 막 시작한 때부터 결혼과 육아, 출산 전까지 등의 생애주기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로부터 인기를 얻은 콘텐츠 중 하나는 생식기를 씻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었다. 그가 질염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로부터 외음부 씻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이 방법을 많은 여성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콘텐츠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독립해 창업한 아루는 석 달 후 소풍벤처스 등 네 곳으로부터 6억 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여성 심사역들이 서비스에 대해 공감하며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던 것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향후 수익을 확대해 나갈 방법으로 큐레이팅 커머스를 모색하고 있다. 자기만의 방 유료 구독 고객 70명을 일주일에 걸쳐 대면으로 인터뷰했더니 ‘지식을 얻은 뒤 앱에서 바로 관련 물건을 구매할 순 없냐’는 문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콘텐츠 기반 스타트업이 커머스에 뛰어들면 콘텐츠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지식을 통해 편안한 무언가를 서비스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 아루 가입자 수: 성인 여성 1만5000명.

# 아루의 인기 콘텐츠: 여성의 성감을 향상시키는 콘텐츠. 아루의 내부 필진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녹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유료 콘텐츠.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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