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분업화-자본력 갖추자…상업사진, ‘예술’로 성장했다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4-28 11:31 수정 2022-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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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상업사진 스튜디오를 설립한 한국 상업 사진의 대부 김한용(1924~2016)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내 사진에 완성이란 없다. 다만 완성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할 뿐”이라 말했다. 흔히 상업사진은 세속적인 사진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김한용의 말을 보면 ‘상업 사진이라고 예술적이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선뜻 ‘맞다’고 답할 수 없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는 국내 상업사진 속 독자적인 미적 특성을 조명한다. 전시가 상업사진의 계보를 따라가기 때문에 국내 상업사진가 29명의 작품 150여 점이 대거 출품됐다.

1984년을 기점으로 잡은 것은 그해 국내 상업 사진계에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주얼 패션 매거진’을 표방한 잡지 ‘월간 멋’이 그해 5월 창간했다. 엘르, 보그 등 현재 유명 잡지사들이 국내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월간 멋’은 프랑스 패션 잡지 ‘마리끌레르’와 제휴해 서울에 글로벌한 패션을 소개했다.

이 즈음 1세대 상업 사진가들이 해외 유학 후 최신 장비를 습득해 귀국하면서 상업사진의 발전은 더 박차를 가했다. 1전시실은 그러한 상업 사진 동향을 이끈 김영수, 구본창, 김중만, 김용호의 주요 작업물을 선보인다. 구본창의 ‘알렉시오’(1988) 등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의 작업은 마치 영화 스틸컷 같다. 전형이라 불릴 만한 선례가 없어 더욱 실험적일 수 있었다. 특히나 가공이나 보정 기술이 부재하던 때였기에 순수 사진의 힘으로 브랜드를 알렸다. 일례로 김영수의 ‘에스콰이아 포트폴리오’(1991)는 카메라 렌즈에 수증기를 뿌려 구두의 은은한 느낌을 살린 작품이다.

장서영 일민미술관 에듀케이터가 꼽은 상업사진의 특징 ‘거대한 자본력, 화려함, 분업화’는 2~3전시실에서 두드러진다. 2000년대 이후 상업사진은 패션 잡지를 매개로 공개됐으며, 대중문화 시장이 성장하면서 상업 사진가들은 음반 화보나 영화 포스터에도 참여했다. 목정욱의 ‘누메로 러시아’(2020) 등은 한국 모델이 해외 잡지 표지에 등장하거나 한국 사진가가 해외 잡지 표지를 찍는 변화를 상징한 예이며, 안상미의 ‘하퍼스 바자 코리아’(2021)는 협업과 분업을 필수로 하는 상업사진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와중에 일상 모습을 찍은 듯한 레스의 ‘아레나 옴므 플러스’(2018)나 이효리를 모델로 한 김태은의 ‘더블유’(2017)는 단조로움을 부각해 상업 사진의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5000~7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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