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8만원에 관리비 32만원?…전월세신고 앞두고 ‘꼼수’ 속속

뉴스1

입력 2022-04-28 06:35 수정 2022-04-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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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2022.3.13/뉴스1

6월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수상한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세는 시세보다 훨씬 낮지만, 관리비는 몇 배씩 비싼 ‘배보다 배꼽이 큰’ 매물이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집주인들의 꼼수로 해석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 유예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6월1일부터 월세 30만원 또는 보증금 6000만원이 넘는 전세·월세 거래는 정부 신고 대상이다. 어기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서는 편법으로 신고를 회피하려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이용해 임대차 계약 정보를 확보하고, 추후 과세에 이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현재 연 2000만원이 넘는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그 이하는 14%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일부 임대인들은 전·월세 거래가 신고 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소득을 축소 신고해왔다. 이들은 앞으로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면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신고를 꺼리고 있다.

시장에도 임대인들이 고심한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 중개 플랫폼을 살피다 보면, 보증금이나 월세는 기준선 밑으로 내리는 대신 신고 대상이 아닌 관리비를 그만큼 올리는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전용면적 25㎡ 빌라 2층 매물은 이달 6일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8만원에 시장에 나왔다. 정상적인 매물 같지만, 이 매물의 관리비는 월세보다 높은 32만원이다. 사실상 임차인이 내야 하는 주거비는 총 60만원인 셈이다.

인근에 위치한 같은 층·면적의 빌라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 관리비 5만원에 나왔다. 월세의 시세의 절반 수준이지만 관리비는 6배에 달하는 셈이다.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전용면적 23㎡ 3층 매물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가 15만원, 관리비도 15만원에 나왔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이 지역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에 월세 45만원이다.

여기에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 증액이 연 5% 이내로 제한되자 관리비를 이용한 꼼수도 성행하고 있다.

송파구에는 전용 35㎡ 3층 매물 2곳이 보증금 1억8000만원에 월세 2만원에 나왔다. 하지만 관리비는 월세의 10배 이상인 25만원이다. 서초구 소재 전용 29㎡ 2층 투룸은 월세 1억8000만원에 월세 5만원, 관리비 20만원에 나왔다.

이들 중 한 곳은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세금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 증액도 5% 한도에서 가능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높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리비는 사후 사용료 개념으로 제재 대상이 아니다.

편법으로 임차인 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관리비는 주택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분쟁조정위는 ‘집주인이 분쟁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편법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대차3법을 손볼 방침이다. 다만 급작스러운 폐기는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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