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칼 빼든 넷플릭스…“꿩 먹고 알 먹겠다”는 韓 OTT 속내

뉴시스

입력 2022-04-28 06:14 수정 2022-04-2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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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해? 말어?” 이용자간 계정 공유와의 전쟁을 선포한 넷플릭스. 이를 바라보는 국내 OTT(동영상 스트리밍) 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가족이나 친구와 계정 하나로 콘텐츠를 함께 나눠 볼 수 있는 계정 공유 정책은 한때 넷플릭스가 단기간에 충성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동력이다. 거대 케이블 방송사들과 맞서기 위해선 유료든 무료든 무조건 열혈 시청자 수가 많아야 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한 지금 입장은 다르다. 유료 가입자 확대를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본다.

‘타도’ 넷플릭스를 외쳐온 경쟁사들은 어떨까. 후발 주자들 역시 수익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터라 이용자간 계정 공유에 대한 넷플릭스의 강경 조치가 더 없이 반갑다. 그렇다고 넷플릭스와 정책 보조를 맞추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의 유료 가입자보단 넷플릭스로부터 빼앗아올 ‘충성 이용자’ 확보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매출 성장 둔화됐다”…주가 위기 자초한 넷플릭스의 속내

넷플릭스가 요즘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 이후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20만명 가량 줄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348.61달러(19일)였던 주가가 226.19달러(20일)로 하루아침에 무려 35% 가량 폭락했다. 이후 연일 하향 추세다. 26일 넷플릭스는 198.4달러로 장을 마쳤다. 실적 발표 당일에 비해 43%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넷플릭스가 러시아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면서 70만명이 집계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플러스 성장세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주주 서한을 통해 “회사 매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됐다”고 스스로 강조했던 이유는 뭘까. 이를 두고 이용자간 계정 공유를 막고 콘텐츠에 광고 사업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 용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인간 계정 공유를 막고 콘텐츠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건 이용자 반발이 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 서한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계정 공유 등으로 역풍을 만났다”고 굳이 계정 공유를 선결 과제로 꼬집어 지목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으로 최대 4명까지 계정을 함께 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간 이용료를 분담하고 계정을 공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측은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1억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Cowen&Co)는 넷플릭스가 가족 외 타인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할 경우 약 16억달러(약 2조232억원)를 추가로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두달 전부터 칠레·코스타리카·페루 등 남미 3개국에서 동거인(가족 등)이 아닌 이들끼리 계정을 공유할 시 2~3달러가 추가 부과되는 공유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넷플릭스가 연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국가로 이같은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웨이브·티빙 등 ‘일단 관망’…“이용자 부담 늘리는 넷플, 韓 OTT에 기회될 수도”

“일단 지켜보겠다.” 넷플릭스의 정책변화 조짐에 국내 OTT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사안들인 만큼 섣불리 따라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 관계자는 “계정 공유나 재판매 등이 명백한 상업 행위로 밝혀질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과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들의 제재 기준·수위 등을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티빙·시즌·쿠팡플레이·왓챠 등 다른 OTT 플랫폼들도 웨이브와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사실 국내 대다수 OTT들이 적자 상태라 보다 개선된 수익모델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가 몰고 올 훈풍을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정 공유 제한과 광고 삽입 등 이용자들의 반발이 뻔한 정책들을 굳이 따라하기 보단 오히려 역풍에 따른 과실을 챙기는 게 더 실리적으로 보고 있다. 이 기회에 넷플릭스와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토종 서비스로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과적으로 토종 OTT 입장에선 가만히 있어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국내 OTT들이 넷플릭스의 변화를 인지하고 주의 깊게 보고 있지만, 당장 정책을 바꾸거나 새로운 전략을 꾀하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창기 시장인 만큼 정책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계정 공유가 산업 전반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소비자와 사업체 모두에게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도 정리가 안됐다. 넷플릭스의 움직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한동안은 눈치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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