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넘어 ‘개발’로… 바이오 시장 패권, 지금이 기회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4-28 03:00 수정 2022-04-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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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헬스케어 미래포럼’
‘mRNA 백신’ ‘CAR-T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 신약 대세 떠올라
국내 기업에도 경쟁 가능성 충분… 기업들 기술 개발 완주 경험 쌓고
정부는 투자 확대-인력 양성 필요… 심사기간 단축-환자 약값 지원도


제1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이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패널 토론 세션에서 차상훈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산업계, 학계, 정부, 병원, 언론 종사자 등 11명이 발표에 나섰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년 전 연구실에만 존재하던 바이오 의약품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있다. 모더나, 화이자 등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mRNA’ 백신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접종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80.7%(약 1억1만 건)가 mRNA 백신을 활용했다.

바이오 의약품은 희귀·난치병 치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세포)’를 활용한 백혈병 항암치료제인 킴리아는 한 번 주사를 맞으면 치료가 끝나고, 환자의 장기 생존율도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은 ‘제1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산업 발전을 주제로 열렸다. 권순만 진흥원 원장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바이오 생산 분야를 선도하듯 기술 개발도 앞서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2, 3년이 선두 잡을 골든타임”
최근 글로벌 제약 산업 트렌드는 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추세에 맞춰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그동안 쌓은 생산 이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미국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BMGF)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협업은 2013년 장티푸스 백신 공동 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분야는 5년 뒤 시장 규모가 49.9% 증가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분야는 글로벌 선두 주자가 없어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미래포럼 공동대표인 송시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글로벌 치료제를 국내 기업이 만들려면 2, 3년 안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 기술개발 완주엔 정부 투자 필요
이날 발표자들은 무엇보다 ‘기술개발 완주’ 경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는 “그간 국내 기업들은 개발 초기 단계인 기술을 해외 기업에 이전하면서 자금을 모아왔다”며 “이제는 기술 개발을 완주해 자체 역량을 길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은 2020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9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 투자금은 10년간 2조 원에 그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양윤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정부도 바이오 의약품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임상을 지원할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인적 교류와 아웃소싱 적극 나서야
현장에서는 국내 바이오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추산해 양성 계획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5월부터 ‘제3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을 수립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위해 대학, 기업, 병원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은 관련 기관을 한 지역에 모아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부터 상품화까지의 과정을 촘촘히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그래야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원천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양은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우리 회사가 국내 바이오테크의 위탁개발(CDO) 분야를 맡고 있다”며 “비임상 부문을 담당할 회사가 생긴다면 바이오테크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 의약품의 신속한 사용이 숙제
환자들이 바이오 의약품을 신속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지금도 신약 허가를 기다리다가, 또는 약값을 대지 못해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는 건강보험 적용 전까지 주사를 한 번 맞는 비용이 4억 원대에 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고의 혁신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며 신약 심사 인력을 늘리고 환자들을 위해 치료비 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정현철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신약 심사 수수료가 유럽은 4억 원, 일본은 5억 원인데 국내는 803만 원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수수료를 지금보다 올리고, 심사 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속기록은 진흥원 웹사이트(khidi.or.kr)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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