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 단순노무직 취업, 작년 40만명 처음 넘어
주애진 기자
입력 2022-04-28 03:00 수정 2022-04-28 10:38
취업난에 배달-경비 등 1년새 11% 증가
배달, 경비, 판매 등 단순노무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지난해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본보가 27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5∼29세 청년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4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이 매달 조사하는 고용동향 자료를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로, 2021년 청년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월평균 41만 명이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 집계 방식이 바뀐 2013년 이후 청년 단순노무직이 40만 명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11.3%(4만2000명)로, 청년 전체 취업자 증가율(3.0%)을 크게 앞질렀다.
단순노무직은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업무로, 청년들의 경우 단기 일자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에서 단순노무직이 급증한 것은 이들이 취업난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 취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청년 고용률(2021년 기준 44.2%)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노무직 취업 청년, 작년 40만명 첫 돌파
일자리 못찾아 배달 등 ‘하향취업’
취준생, 아르바이트로 생계 유지… ‘워라밸 중시’ 청년 가치관도 영향
“숙련기술 쌓을 기회 없어 빈곤화… 청년 취업 質 개선 방안 마련을”
전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28)는 부산의 한 공공기관 자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경비 일을 처음 시작한 건 2019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아예 직업으로 삼았다. 월급은 200만 원대로 많지 않지만 업무가 단순하고 쉬는 날이 많다. 김 씨는 “어차피 원하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니 편하게 일하고 많이 쉬는 게 좋다”며 “지금 일하는 곳에 들어올 때 경쟁률이 80 대 1이었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20, 30대였다”고 덧붙였다.
취업난에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배달, 경비, 판매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청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청년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청년 고용시장이 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재작년에 배달을 시작한 김모 씨(25)는 ‘직업 배달맨’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한 뒤 재취업이 아닌 배달을 택했다. 그는 “힘들게 일하고도 박봉에 시달리느니 일한 만큼 버는 배달이 낫다”며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직장상사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서 좋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오래 하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조모 씨(25·여)는 최근 일주일에 3일씩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조 씨는 “요즘 구직 기간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취업 성공’보다 아르바이트를 평생 계속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직업 안정성보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배달을 하고 있는 이모 씨(27)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하면 숙련 기술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해 나이 들어서 실업에 취약하고 빈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고학력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으로 하향 취업을 하면 해당 일자리가 필요한 저학력 노동자를 밀어내는 부정적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청년 고용률의 수치만 볼 게 아니라 청년 취업의 질적인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게시판에서 채용정보를 살펴보는 대학생 모습. 뉴스1 DB
배달, 경비, 판매 등 단순노무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지난해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본보가 27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5∼29세 청년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4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이 매달 조사하는 고용동향 자료를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로, 2021년 청년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월평균 41만 명이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 집계 방식이 바뀐 2013년 이후 청년 단순노무직이 40만 명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11.3%(4만2000명)로, 청년 전체 취업자 증가율(3.0%)을 크게 앞질렀다.
단순노무직은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업무로, 청년들의 경우 단기 일자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에서 단순노무직이 급증한 것은 이들이 취업난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 취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청년 고용률(2021년 기준 44.2%)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회사 못갈바에야 편한 일하고 많이 쉴래요”
단순노무직 취업 청년, 작년 40만명 첫 돌파
일자리 못찾아 배달 등 ‘하향취업’
취준생, 아르바이트로 생계 유지… ‘워라밸 중시’ 청년 가치관도 영향
“숙련기술 쌓을 기회 없어 빈곤화… 청년 취업 質 개선 방안 마련을”
전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28)는 부산의 한 공공기관 자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경비 일을 처음 시작한 건 2019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아예 직업으로 삼았다. 월급은 200만 원대로 많지 않지만 업무가 단순하고 쉬는 날이 많다. 김 씨는 “어차피 원하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니 편하게 일하고 많이 쉬는 게 좋다”며 “지금 일하는 곳에 들어올 때 경쟁률이 80 대 1이었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20, 30대였다”고 덧붙였다.
취업난에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배달, 경비, 판매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청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청년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청년 고용시장이 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 취업 대신 배달 나서는 청년들
27일 본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년(15∼29세) 단순노무직 취업자는 지난해 41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엔 청년들의 하향 취업이 숨어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재작년에 배달을 시작한 김모 씨(25)는 ‘직업 배달맨’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한 뒤 재취업이 아닌 배달을 택했다. 그는 “힘들게 일하고도 박봉에 시달리느니 일한 만큼 버는 배달이 낫다”며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직장상사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서 좋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오래 하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조모 씨(25·여)는 최근 일주일에 3일씩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조 씨는 “요즘 구직 기간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취업 성공’보다 아르바이트를 평생 계속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직업 안정성보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배달을 하고 있는 이모 씨(27)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했다.
○ “높은 청년 고용률에 가려진 취업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청년 단순노무직 취업자 증가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청년 단순노무직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엔 2년 연속 전년 대비 10% 이상 급증했다. 청년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늘어나는 건 통상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하면 숙련 기술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해 나이 들어서 실업에 취약하고 빈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고학력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으로 하향 취업을 하면 해당 일자리가 필요한 저학력 노동자를 밀어내는 부정적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청년 고용률의 수치만 볼 게 아니라 청년 취업의 질적인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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