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 0.7%…수출 빼고 모두 줄었다

박민우기자

입력 2022-04-26 18:11 수정 2022-04-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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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1.13/뉴스1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7% 성장하는 데 그치며 다시 ‘0%대 성장’으로 주저앉았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과 물가 급등 등의 여파로 수출을 제외하곤 소비, 투자 등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긴축 행보로 물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엔진마저 식고 있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2%로 올라선 뒤 1개 분기 만에 0.5%포인트 하락하며 0%대로 고꾸라진 것이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민간소비는 0.5% 감소했다. 전 분기 2.9%의 성장세를 보였던 건설투자는 2.4% 뒷걸음쳤다.

특히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4.0% 감소했다.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 효과가 사라져 정부소비도 제자리(0%)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설비투자는 1분기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나마 성장 버팀목이 된 건 수출이었다.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4.1% 성장했다. 수입도 0.7% 증가해 순수출은 성장률을 1.4%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앞으로 남은 2~4분기에 매분기 0.6~0.7%의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3.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선전,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원화 약세와 4%대로 올라선 물가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9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50.8원에 마감했다.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50원을 돌파한 것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에서 2.5%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한은도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수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은 민간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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