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MB-이재용 내달 8일 석탄일 사면 검토

박효목 기자 , 송충현 기자 , 곽도영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4-26 03:00 수정 2022-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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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국민 공감대가 사면 판단 기준”… 靑 기자간담회서 가능성 열어둬
경제5단체 “이재용-신동빈 사면을”… 불교계선 MB-김경수-정경심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 퇴임(5월 9일)을 2주 앞두고 종교계와 재계 등에서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을 전격 건의하고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 각층에서 사면 요구가 있기 때문에 경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여론을 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청와대에 이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의중을 물었고, 청와대도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사면·복권 요청 대상으로는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등 경제인 10여 명이 포함됐다. 최근 불교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날인 다음 달 8일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전격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가 50%(지난달 25일 한국갤럽)에 달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통합을 이유로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요구도 거세지면서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돌아올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계 “이재용-신동빈 등 사면을… 경제위기속 기업인 헌신 필요”



이재용, 가석방후 취업제한 묶여… 대만과 파운드리 격차 벌어져도
대규모 M&A-투자 행보에 제약… 신동빈은 집유 상태로 경영활동
사면땐 미래 신사업 투자 나설듯… 재계 “사법리스크가 투자 발목”



동아DB
경제단체들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복권 청원에 나선 데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무한 경쟁에 접어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너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세계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에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경제는 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빠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최근 대만에 비해 성장률이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대표 기업인 삼성의 경우 특유의 ‘과감한 투자 DNA’가 최근 잘 보이지 않는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 가석방된 후 취업 제한에 묶여 대규모 M&A나 투자를 위한 행보가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도체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꼽았지만 정작 최전방에서 실행에 옮길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막혀 있는 셈이다.

삼성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삼성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8%로 TSMC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의 가장 최근 투자 발표는 지난해 11월 20조 원 규모의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증설이었다. 반면 TSMC는 지난해 4월 이미 113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그중 52조 원을 올해 설비 투자에 쏟아붓기로 했다. 미국 인텔 역시 지난달 유럽에 10년간 11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메모리의 또 다른 한 축인 팹리스(설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팹리스 분야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 수준이다. 1위 미국(68%)과 2위 대만(21%)은 물론 중국(9%)에마저도 한참 뒤처진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인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후발주자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중장기적인 시각의 투자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인 사면이 이뤄질 경우 롯데그룹도 헬스케어, 바이오, 모빌리티 등 미래 신사업에 보다 활발하게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대상은 아니지만 유죄 확정(집행유예) 상태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가 글로벌 M&A나 협업을 추진할 때 신 회장의 경영 참여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확인하는 파트너들도 여전히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거래할 때 부정적인 인식 및 제약이 있다. 사면이 되면 M&A 협상, 현장 경영, 투자 등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져 온 오너들의 사법 리스크가 선제적 투자의 발목을 잡으면서 경쟁력 악화라는 결과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고 풀이한다. 전문경영인은 단기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만큼 10∼20년 뒤를 내다보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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