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 검출해 감염 예측… 하루 확진 1000명 수준 때 효과 극대화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4-25 03:00 수정 2022-04-2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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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수 기반 감시체계 도입 추진

영국 크랜필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하수 기반 바이러스 검출 키트. 종이를 여러 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 하수 샘플에서 바이러스의 RNA를 걸러낸 다음 시약을 이용해 바이러스 유무를 가리는 장치다. 크랜필드대 제공

정부가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하수 기반 감시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가정과 건물에서 하수에 섞여 배출된 바이러스를 검출해 지역 감염 현황과 확산 상황을 알아내는 새로운 추적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적은 비용으로 실제 유행보다 1∼2주 앞서 확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도입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하수 기반 감시는 대변을 포함한 오·폐수를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하고 정제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의 RNA 조각을 검출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 일부는 콧물, 침과 함께 장으로 흘러 들어가 대변을 통해 나온다. 바이러스는 생존 기간이 길지 않지만 파괴된 바이러스의 RNA 조각은 비교적 오래 물에 남아 있다.

하수 기반 감시는 다른 감시체계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미국 인구의 70%가 사용하는 1만5014개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 하수 기반 감시를 위한 시약 비용이 약 2억7000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현재 방식의 검사로 확진자를 파악하는 것보다 하수 기반 검사로 하는 게 1주일 정도 빨리 유행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수 기반 검사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감염자 수, 유동인구 유입, 기온과 폐수 온도, 1인당 물 사용량에 따라 검출 정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감염자 비율이 0.00005∼0.88%일 때 하수 기반 검사로 코로나19 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인구로 환산하면 전국에 감염된 사람이 약 25∼45만4256명일 때 하수 검사가 유용한 셈이다.

스페인 발렌시아대도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바이러스학’에 일일 확진자 수에 따라 하수 검사 정확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120만 명이 사용하는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하고, 1주일간 발생한 확진자가 10만 명당 2명, 12.5명, 175명일 때로 나눠 검출 정확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0만 명당 2명일 때도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하지만 정확도는 12.5명일 때가 95.7%로 가장 높았다. 한국 인구로 환산하면 전국의 일일 확진자가 920명 나올 때 유용하다는 것이다. 175명일 때는 91.2%로 그보다 낮았다. 홍석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은 “하수 기반 검사를 도입해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을 효과적으로 발견하려면 정확도가 95%는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인 인구 이동이나 사회활동 증가로 하수에 섞여 있는 바이러스 양이 해당 지역의 유행 추이와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 발렌시아대 연구팀도 “하수 기반 검사가 실제 유행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홍 단장은 “초기 유행을 예측하는 데는 충분히 유효하지만 하수 기반 검사에만 의존해 대규모 확산을 감지하거나 정확한 추이를 얻겠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수 기반 검사를 적용하는 데 비용 부담이 따르는 만큼 시범 또는 지원사업을 먼저 진행해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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