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부담에 격리 못한 ‘쌀’, 차기 정부로 공 넘어갈 듯

뉴스1

입력 2022-04-24 07:17:00 수정 2022-04-24 07: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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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 농민단체에서 쌀 시장 격리를 요구하며 쌓아놓은 쌀 가마니.© 뉴스1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어서는 쌀 가마니들이 수 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시장격리가 지연되자 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며 농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쌓아둔 쌀가마니들이다.

쌀 격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격 하락세가 올 가을 이후 시장에 나오는 신곡(햅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농산물 일일도매가격’ 자료에 따르면 이달 18일 산지 쌀 가격(20kg기준)은 4만846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9564원보다 1만원 이상 하락했다.

산지 쌀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향세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도 국내 쌀 가격 약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유독 국내 쌀 가격만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풍년’ 탓이다. 2020년 이상기온 영향으로 쌀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지난해 쌀 재배면적은 2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민 식습관 변화로 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쌀 시장의 ‘과잉공급’ 상태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해 공급과잉 물량 27만톤의 격리 방침을 밝혔다. 지난 2월 1차로 20만톤 격리를 추진했지만 낙찰 과정에서 14만5000톤만 격리가 이뤄졌다.

이후 1차 잔여 격리물량 5만5000톤과 추가로 격리하겠다고 밝힌 7만톤까지, 12만톤 규모의 쌀 시장 격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쌀 시장격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높은 물가 탓에 격리 계획 추진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대비 8.8%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쌀 시장격리 조치가 쌀값 반등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정부가 지나친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조치를 약속했던 만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조속한 격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통상 쌀값은 수확기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보이다 매해 7~9월 단경기에 이르며 다시 오르는 흐름을 보인다”며 “지금 시장 격리를 통해 쌀 가격을 잡지 못할 경우 신곡이 출하되는 올 가을에는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등 농가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조속한 쌀 시장 격리를 원하는 농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격리 계획 추진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나머지 쌀 물량의 시장 격리를 조율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달 내 잔여분에 대한 격리가 물리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공은 내달 출범할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인수위원회는 21일 정부에 2021년산 쌀 초과공급 물량 중 잔여물량 12만5000톤에 대해 추가 시장격리 조치를 조속히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이번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새 정부에서 즉각 매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 인수위 차원에서 추가 계획된 물량의 (격리) 요청을 하는데 차기 정권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상호 모순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남은 물량에 대해서 시장격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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