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와 맹그로브 숲… 열대의 비경 다시 열렸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전승훈 기자

입력 2022-04-23 03:00 수정 2022-04-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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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아트로드]해외관광객 유치 재개한 필리핀
달콤한 보홀과 천하절경 팔라완
생태-역사문화 숨쉬는 루손섬
어드벤처 명소 세부와 보라카이


서태평양에 위치한 필리핀은 총 7641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대성 기후를 가진 필리핀은 해변, 열대우림, 화산, 호수 등 다양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사진은 보홀의 다이빙 명소인 발리카사그 아일랜드의 수중 산호초. 사진 제공 필리핀 관광부

《“코로나 이전 2019년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198만 명)은 필리핀 해외 관광객 국가 중 1위였습니다. 이제 한국 관광객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 베르나데트 로물로푸야트 필리핀 관광부 장관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2년간 해외 관광객들에게 폐쇄됐던 필리핀 국경이 2월 10일 개방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은 것이다.

필리핀 여행 시장의 제일 큰 고객인 한국 여행객 유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총 7641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필리핀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열대의 비경을 가진 해변 중에서 가장 가깝고,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꼽힌다. 로물로푸야트 장관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보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리핀 전역의 관광업 종사자들에 대해 90% 이상의 백신 접종률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재개되는 필리핀 여행에서 주목할 곳은 필리핀 관광부가 새롭게 개발한 전국 112개 이상의 ‘관광 서킷(Tourism Circuit)’이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 맞춰 생태와 역사, 해양스포츠와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 보홀과 팔라완
보홀의 초콜릿 힐. 키세스 초콜릿 모양의 원뿔형 언덕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 제공 필리핀관광부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위치한 보홀섬은 제주도의 2배 면적이며 작은 섬 70여 개로 구성되어 있다. 보홀에서 사진 촬영지로 가장 인기인 곳은 ‘초콜릿 힐’이다. 200만 년 전 광활한 평원에 원뿔형 언덕 1200여 개가 모여 있는데, 키세스 초콜릿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콜릿 힐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 자리잡은 ‘맨 메이드 포레스트’는 고급 목재 재료로 사용되는 마호가니 나무들이 즐비하다. 근처에만 가도 피톤치드 향이 느껴져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타르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또한 유명하다. 10cm의 작은 몸집을 가진 타르시어 안경원숭이는 커다란 눈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와 그렘린 기즈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보홀의 ‘로보크강’은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로보크강 크루즈를 타고 21km에 이르는 긴 강을 가로지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울창한 나무 정글 사이를 흐르는 신비로운 녹색의 강을 따라가면 원시부족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보홀의 ‘어드벤처 서킷’은 여행객들이 ATV(사륜 바이크)를 직접 운전해 초콜릿 힐로 가까이 갈 수 있다.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 터널 여행, 반딧불 체험, 캠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보홀의 남쪽 팡라오섬의 발리카사그 아일랜드로 가면 우거진 산호초와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팔라완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석회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생태관광지다. 숲속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팔라완 여행의 중심지. 세계 7대 자연경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지하강 국립공원’과 ‘사방 비치’가 있다. 또 팔라완의 북쪽 끝 높은 절벽 사이에 자리잡은 ‘엘니도(El Nido)’는 스펙터클한 자연 경관을 뽐낸다. 30개의 다이빙 명소와 50개의 비치, 곳곳에 숨겨진 동굴, 아름다운 라군들로 유명하다.

‘코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의 공격에 바다로 침몰한 일본 함대 선박을 둘러보는 난파선 다이빙이 유명하다. 코론은 2017년 방탄소년단(BTS)의 여름 화보 촬영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산비센테의 해안 마을인 ‘포트 바턴’은 자연친화적인 여행지로, 90분간 진행되는 정글 트레킹과 파무아얀 폭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루손섬의 코르디예라, 일로코스
세부의 노을. 사진 제공 필리핀관광부
필리핀 북쪽의 루손섬에 자리한 코르디예라는 웅장한 계단식 논이 장관을 이룬다. 열대 지역이지만 고지대여서 선선한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슬로 푸드 여행카라반’은 산속에서 체험하는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Farm-to-table)’ 콘셉트의 요리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다. 돌 미로와 대나무 숲에서 평화롭게 명상을 할 수 있는 미라도르 유적지, 고대 부족의 예술과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위나카 생태문화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루손섬에 있는 일로코스에서는 ‘필리핀 속의 작은 스페인’으로 불리는 16세기 역사 도시 비간(Vigan)이 있다. 스페인의 건축물과 필리핀의 전통문화가 혼합돼 있는 독특한 도시경관으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칼레 크리솔로고 거리와 살세도 광장과 부르고스 광장 등에서는 말마차가 스페인 양식의 돌길 위를 경쾌하게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의 거리 풍경으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명소다.

일로코스 지역은 미식으로도 유명하다. 일로코스 전통 소시지 롱가니사, 튀김만두 바타크 엠파나다, 기름이 빠질 때까지 바짝 튀긴 삼겹살 요리 바그네트 등이 대표 먹거리. 여기에

산미겔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세부와 보라카이
보라카이 해변의 카이트 보딩. 패러글라이딩과 웨이크보드를 결합한 액티비티로 바람만 잘 타면 10m 정도 높이로 공중에 떠서 가뿐히 날 수 있다. 사진 제공 필리핀관광부
세부의 스쿠버다이빙 명소인 모알보알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 떼가 커다란 공 모양으로 이동하는 ‘사딘 런(Sardine Run)’을 볼 수 있다. 말라파스쿠아섬에서는 진환도상어 떼를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또 피그미 해마, 고스트파이프피시, 푸른고리 문어 등 희귀종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북부 세부에는 산악자전거, 모터바이크, 패러글라이딩, 낚시 등 익스트림 어드벤처를 할 수 있는 오슬로브 지역도 있다.

엘니도의 에메랄드빛 라군에서 즐기는 스노클링. 사진 제공 필리핀관광부
보라카이섬에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드넓은 4km의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화이트 비치가 있다. ‘푸카 셸 비치(Puka Shell Beach)’는 조개가 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백사장이 독특한 물빛을 선사한다. 일리그일리간 비치는 보라색 일몰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보라카이에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모델로 섬의 낙원지대를 탐험하는 저탄소 배출 액티비티가 마련됐다. 해변과 맹그로브 숲, 습지 등을 지나며 커피와 페이스트리가 제공되는 그림 같은 풍경의 ‘키홀(Keyhole)’에 도착하는 자전거 투어, 보라카이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보라카이 푸드 크롤’도 인기다.


○마닐라와 클라크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팜팡가의 활화산 피나투보산을 오르는 관광객. 사진 제공 필리핀관광부
문화와 예술, 역사 유적이 숨쉬는 마닐라는 필리핀의 수도다. 국립박물관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인트라무로스, 쇼핑과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보니파시오 등 필리핀 문화의 중심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인트라무로스는 마닐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500년 전에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이 건설한 성벽 도시이다. 또 마닐라 남쪽 육로에는 ‘그린 코리도 이니셔티브’라고 불리는 해변 관광지가 있다. 마닐라 인근의 리살주는 울창한 언덕과 호숫가, 강, 동굴, 폭포 등 자연 속에서 모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북부 팜팡가에 자리한 클라크 국제공항은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이 새롭게 선보였다. 클라크 공항에서는 필리핀의 미식 수도 팜팡가와 불라칸 지역까지 갈 수 있어 미식 탐방과 농장 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 여행정보
필리핀은 입국 시 백신접종 완료자는 무격리로 여행할 수 있다. 한국 출국 전 48시간 내 RT-PCR검사나 24시간 내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만 있으면 된다. 필리핀관광부 홈페이지(7641islands.ph)에 있는 디지털 매거진 ‘7641 Islands of the Philippines’에서 다양한 필리핀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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