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250만 채 공급 약속… “공공주도 탈피하고 민간협력 끌어내야”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4-22 11:27 수정 2022-04-22 11:3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뉴시스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관련 산업의 선진화와 사회적 갈등 조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 가운데 하나인 주택 250만 채 공급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주택 공급 확대를 공공 주도로 진행하려던 현 정부의 방식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모은다.

한국주거복지포럼과 LH토지주택연구원(‘토지주택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2일(오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공공 협력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주제발표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과 같은 주요 선진국들도 급등한 주택가격으로 고민 중이며, 해법으로 공급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처럼 공공주도 방식보다는 민간의 협력을 적극 이끌어낼 것을 주문했다.

“갈등 조율과 주택산업 선진화에 관심 가져야”
허윤경 건산연 연구실장은 ‘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유럽의 시사점’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영국과 독일도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사회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공급확대 정책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 국가 모두 공급물량 목표치 발표, 주택 공급기간 단축, 공급주체 다양화, 건축비 절감을 위한 산업 선진화 등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국내 주택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 2011년부터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2013년 당시 집권여당인 ‘CDU’가 “주택공급은 임차인을 위한 최고의 보호정책이며 임대료 급증에 대한 최선의 조치”라며 2015년부터 임대료 규제부터 금융 규제 강화, 주택 공급 확대에 이르는 다양한 대응책을 쏟아냈다. 특히 2018년에는 주택 150만 채 공급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같은 노력에 대해 독일 연방정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1분까지 주택시장 불안은 지속되고 있고, 공급 속도는 더뎌 추가지원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2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권당인 보수당은 2015년~2020년까지 주택 100만 채 공급을 선언했고, 2017년에 다시 50만 채 추가 공급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2020/2021년에도 전년 대비 공급이 11% 감소하면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회위원회는 올해 1월 보고서를 통해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기술 및 토지 부족, 중소 건설업자의 역할 축소, 사회주택 공급지원 및 계획시스템의 지연 등 다양한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허 연구실장은 두 나라에서 보여준 시사점으로 사회적 갈등 조율과 산업 및 시스템 선진화, 미래 대응 등을 꼽았다. 사회적 갈등 조율은 공급 확대를 위한 도심 개발 과정에서 어느 나라나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만큼 민관협의체 구성, 이미지캠페인, 개발계획 수립 시 시민참여 유도 등과 같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산업 및 시스템 선진화는 공급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을 위한 주택 산업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과 선진화 작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공급 확대 과정에서 스마트 건설이나 제로에너지 등과 같은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참여 이끌어낼 다양한 방안 필요”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추진방향과 민간·공공의 협력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급속한 도시화를 겪은 우리나라는 아직 물리적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 많은데다 요즘의 주거 패러다임도 점차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시 정비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인허가 위주의 공공개입 방식을 넘어, 필요시 보다 적극적인 공공지원과 민간·공공 협력을 통해 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도심 내 부지 확보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민간부지 매입이나 임차 시 우선입주권 부여나 연금형 분할지급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마련해 토지 등 소유자의 사업 참여를 촉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사업여건이 열악해 민간주도사업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참여 거점사업,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소규모재개발사업과 연계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1·2인 가구 등 인구가구 변화와 주거수요에 대응한 새로운 도심 주거유형 개발, 공공민간협력 지원체계를 관리할 주택정비 플랫폼 구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신통기획’ 전국으로 확대해야”
권혁삼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도 ‘역세권 주거와 소규모 정비를 중심으로 한 민간·공공 협력과제’라는 발표를 통해서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요가 많은 도심 내에 양질의 신규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공공부문이 정책의 결과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공성에 대한 경직된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효율적·효과적으로 국민주거 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주택공급 등과 같은 정책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현행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민간이 부담하고, 공공은 인허가 역할에 머문다”며 “민간공공의 협력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으로 적극적 협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공공이 마땅히 해야하는 역할을 이제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 기조를 유지하고 일부 제도를 보완해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시행재개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주거재생 혁신사업 등으로 복잡하게 나눠져 있는 공공 참여 정비사업도 구조조정을 통해 도시정비법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