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양극화, 기업 역동성 떨어뜨릴 우려[기자의 눈/김재형]

김재형·산업1부

입력 2022-04-22 03:00 수정 2022-04-2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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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산업1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가 골머리를 싸매면서 붙들고 있는 문제 하나가 있다. ‘네카라쿠배당토’로 눈길이 가는 인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실제 본보 조사결과(21일자 A1·2면) 대기업끼리 비교하더라도 연봉 격차가 1억 원 이상 나는 시대가 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을 중심으로 연봉 상승세가 가팔랐던 게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업종들은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임금 격차가 커진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기가 본격화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장 성장성이 높고 대규모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는 IT 업종에서는 인재 유치를 위한 보상 쏠림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재 영입에 나선 기업들은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사이닝 보너스(입사 직원에게 주는 일회성 인센티브) 등 각종 보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 간 ‘성과급 경쟁’이 거셌던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일정 직군에서의 연봉만 급격히 오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종 간, 기업 간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도 직무 간 연봉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일부 기업들이 도입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차등성과급도 내부적인 반발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차등 성과급을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왜 같은 회사 직원들 사이에 보수 차별을 두는가”라는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달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자사 직원에게 특별격려금을 주자 다른 계열사 직원들로부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특정 직군, 직무에 대한 보상 체계 강화는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 이런 부담은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12개 주요 업종별 매출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120개 기업의 인건비를 살펴봤다. 지난해 이 기업들의 인건비는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임직원 수는 겨우 0.2% 늘었을 뿐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고임금 구조로 인한 비용 증가가 신규 채용이나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생존과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현명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김재형·산업1부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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