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액 80% 늘어 무역수지 적자… ‘쌍둥이 적자’도 우려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2-04-21 13:35 수정 2022-04-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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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국 경제 최후 보루인 무역이 적자 늪에 빠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52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경상수지까지 위태로워졌다.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에 확장재정으로 인한 재정수지 적자까지 겹치면서 경상과 재정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1~20일 수출은 363억 달러, 수입은 41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수출은 16.9%(52억6000만 달러), 수입은 25.5%(84억3000만 달러) 늘었다. 연간 누계 기준으로 수출은 20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9% 늘었다. 수입은 연간 누계 기준으로 218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7%(487억 달러) 늘었다.

이달 1~10일까지의 무역수지는 35억1900만 달러 적자였다. 조업일수가 더 해지면서 적자폭이 더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1~10일의 무역수지는 18억1400만 달러 적자였다.

올해 4월 1~20일의 수출 현황을 보면 반도체(22.9%), 석유제품(82.0%), 자동차 부품(3.9%) 등이 늘었고 무선통신기기(―10.7%), 승용차(―1.0%) 등이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3대 에너지인 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이 전년 동기대비 80% 이상 늘었다. 원유 수입액은 68억7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6% 늘었고 가스는 19억4200만 달러로 88.7%, 석탄은 14억900만 달러로 150.1% 급증했다. 석유제품 역시 19억4200만 달러 수입해 전년대비 46.4%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이 기간 무역수지는 51억9900만 달러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 20억54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이 153.1% 늘었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91억57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억69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월간 기준으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에 20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적자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반짝 흑자를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4월도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다.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같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늘고 그 결과 무역 수지도 악화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240원을 넘겼다. 1240원 돌파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한 달 만이다. 더욱이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 상승 속도가 더 빨리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 행보로 한국의 대외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도 위태롭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경상수지는 64억2000만 달러 흑자다. 22개월 연속 흑자다. 다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억4000만 달러 줄었다. 무역수지가 악화된 탓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확장재정을 이어오면서 재정수지까지 만성 적자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70조8000억 원 적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과 재정이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쌍둥이 적자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나 환율, 외환보유고 등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한국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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