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發 임금 양극화… 대기업 연봉도 최대 1억 이상 차이

김재형 기자 ,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4-21 03:00 수정 2022-04-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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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임금 양극화]
코스피 80대 기업 3년 보수 전수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최근 2년 사이 대기업 간에도 연봉 격차가 더 벌어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정보기술(IT)과 전자 업종의 임금 성장세는 가팔랐던 반면 도·소매와 식품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보수는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다.




본보는 코스피에 상장한 지 3년 이상이고, 임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들 중 매출액 상위 80대 기업(금융·보험업 제외)의 2019∼2021년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20일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카카오와 가장 낮은 동원F&B 간의 평균 연봉 차이는 1억3099만 원이었다. 2020년과 2019년에는 최대 격차가 각각 9154만 원(삼성전자-현대그린푸드), 8155만 원(SK하이닉스-현대그린푸드)이었다. 매년 임금 인상률이 차이가 나면서 같은 대기업끼리인데도 평균 연봉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업종별 평균 임금은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등 정보통신기술 부문이 1억2039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식품업종(5801만 원)은 정보통신기술 기업들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구인난이 임금 인상을 이끌었다. 이는 개발직군 외 일반 직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IT기업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이 ‘도미노’ 영향을 미치며 반도체 등 주요 제조기업 전체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IT’ 연봉 2596만원 뛸때 ‘식품’ 808만원 올라… “코로나 여파”



코스피 80대 기업 3년연봉 분석



IT업종 28% 올라 1억2039만원… 식품 업종은 평균 5801만원 그쳐
개발자 구인난에 임금인상 경쟁… 대기업 끼리도 업종별 차이 커져






“개발 인력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략, 재무회계, 인사 등 다양한 직무에 걸쳐 정보기술(IT) 업계로 인력이 대거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신생 기업이 고속성장하면서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종에까지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멤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력시장 트렌드를 이처럼 설명했다. 업종 간, 기업 간 임금 격차는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 본보의 80대 기업 평균 연봉 현황 분석에서도 IT,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유독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대기업이라도 업종별, 그리고 기업별로 임금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인력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끼리도 임금 양극화 심화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80대 기업 중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7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등기임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 평균이기 때문에 미등기임원 임금도 평균에 포함된다. 2020년 1억800만 원으로 삼성전자(1억2700만 원), SK텔레콤(1억2100만 원), 에쓰오일(1억900만 원)에 이어 4위였던 카카오는 한 해 만에 연봉이 60% 가까이 뛰었다. SK텔레콤은 33.9% 오른 1억6200만 원, 삼성전자는 13.4% 높아진 1억4400만 원으로 지난해 연봉 순위에서 2, 3위였다.

카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비대면 중심 사업을 등에 업고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좋은 실적이 이어지면서 임금도 타 업종에 비해 크게 오를 여지가 있었다. 여기에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대거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임직원이 행사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평균 보수가 가장 높았던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봉은 1억2039만 원으로 2020년(9443만 원)보다 27.5%가 뛰었다. 가장 보수가 많은 업종에서 증가율도 높았다. 해운, 항공 등 운송업종이 25.7%,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전자업종이 18.1%, 철강 등 1차 금속 제조업이 15.5%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업종이 2596만 원 오르는 사이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식품업종은 808만 원 오르는 데 그치면서 격차가 2020년 4450만 원에서 지난해 6238만 원으로 벌어졌다.

기계나 운송장비 등의 제조업종은 지난해 연봉 증가율이 3.6%에 그쳤다. 에너지 기업들이 4.6%, 할인마트 편의점 등 도소매업종도 6.8%에 불과했다. 2019년과 2020년 매출 순위 80대 기업 중 평균 연봉이 가장 낮았던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지난해에도 3.9%만 증가했다. 지난해 최저 연봉이었던 동원F&B는 전년 대비 오히려 5.2%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겨우 100만 원(1.7%) 늘었다.
○ 한쪽은 ‘인재 확보’, 다른 쪽은 ‘집안 단속’… 임금 인상 부추겨



국내 산업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고급 IT 인력을 모시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80대 기업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8836만 원으로 2020년(7797만 원)과 2019년(7871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늘었지만, 그 혜택은 주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IT 업종에 쏠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올해 초 신입 개발자 연봉을 8000만 원으로 높이는가 하면,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는 인재를 추천하는 사람과 그렇게 입사한 사원에게 각각 1000만 원의 상여금을 5년간 분할 지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업종이 같아도 성장성 높은 IT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받아 직원 보수를 높여 인재를 확보하고 더 기술력이 높아지는 구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심화하면서 기존 대기업들은 내부 인력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인력 확보가 시급한 현대차는 성과가 뛰어난 상위 10%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에게 500만 원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지난달에는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기아와 함께 전 직원에게 400만 원의 특별격려금을 제공했고, “계열사 간 차별이다”라는 노조의 반발이 있자 최근 현대모비스도 같은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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