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층 슈퍼 타워 5년간 2억명 발길 글로벌 입체도시로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4-21 03:00 수정 2022-04-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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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주년 롯데월드타워

이달 1∼17일 야외광장에 전시된 15m 초대형 ‘벨리곰’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260만 명이 몰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은 최근 연인과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광장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4층 높이의 초대형 핑크곰, 일명 ‘벨리곰’이 주인공이다. 벨리곰 굿즈를 사려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는 데다 일부 굿즈는 품절을 빚기도 했다. 맞은편 무대 버스킹 공연 덕에 긴 대기 줄도 흥겨운 분위기다. MZ세대 사이에서 벨리곰 인증샷 열풍이 불며 최근 보름여 동안 260만 명이 다녀갔다. 이달 23일에는 1층부터 123층까지 계단 2917개를 오르는 수직마라톤 대회인 ‘2022 스카이런’도 열린다. 참가 정원(800명)은 신청 2분 만에 마감됐다.

‘롯데그룹의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가 이달로 개관 5주년을 맞이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는 높이 555m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다. 국내에서 유례없는 초고층 빌딩이어서 건립까지 각종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017년 4월 개관 이후 5년간 약 2억900만 명이 방문한 랜드마크가 됐다.
○ 모두가 반대했던 123층 슈퍼 타워의 탄생



롯데월드타워는 ‘시민에게 개방된 랜드마크’를 꿈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의 안전과 교통 혼잡 우려, 특혜 논란 등까지 불거져 건축허가를 받는 데만 20년이 더 걸렸다. 1987년 사업 부지를 확보하고도 건축허가는 2010년에 받았다. 사업 초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내부 반대로 100층을 못 넘을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신 명예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오면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파리 에펠탑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명소여야 한다”며 ‘무조건 100층 이상’으로 지으라고 못 박았다.

한국 초고층 빌딩 역사를 다시 쓴 롯데월드타워는 높이만큼이나 각종 신기록을 세웠다. 디자인에 들인 비용만 3000억 원. ‘방패연’ ‘대나무’ ‘무궁화’ 등 23차례 디자인 변경을 했다. 현재의 원뿔 형태 건물은 붓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물 외벽 색깔과 세부 디자인은 고려청자를 모티브로 삼았다.

총 공사비로는 4조2000억 원이 들었다.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총 연면적은 축구장 115개를 합친 넓이(80만5872m²)다. 지상 555m의 건물을 기울임 없이 세우려고 인공위성 4대와 교신하며 수직도 오차범위를 25mm로 관리하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75만 t의 건물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좌우 72m, 두께 6.5m의 국내 최대 기초 매트(MAT) 공사에 5273대의 레미콘 차량이 32시간 동안 콘크리트를 들이부었다. 건물 전체에 쓰인 콘크리트 양(22만 m³)은 32평 아파트 3500채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 지역 상권 살리는 ‘입체 도시’로 자리매김
벚꽃이 만개한 석촌호수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 전경.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국내 최고층 건물로, 국내 2위인 해운대 엘시티(412m)보다 100m 이상 높다. 23년간 24차례의 디자인 변경 끝에 붓과 청자를 형상화한 현재 디자인이 채택됐다. 롯데물산 제공
롯데월드타워에는 고급 아파트(42∼71층)와 특급 호텔 ‘시그니엘’(76∼101층)뿐 아니라 1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한 오피스층(14∼38층)도 있다. 쇼핑과 주거, 사무, 호텔 기능을 모두 갖춘 ‘미니 입체 도시’다.

롯데월드타워는 수많은 좌초 위기를 겪고도 2017년 개관했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사무실 공실이 이어지는 등 개관 초반엔 타격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37∼38층 우아한형제들, 32∼34층 데상트코리아, 29층 유한킴벌리 등이 들어오며 지난해 7월 100% 입주를 마쳤다. 매일 1만5000명 넘는 근무자와 일평균 2만5000명의 방문자가 오간다.

롯데월드타워가 생기면서 잠실 일대는 석촌호수 주변 테마파크, 민속촌, 뮤지컬 극장에 더해 콘서트홀, 수족관, 아트뮤지엄까지 도보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송파구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 오픈 전보다 방이동 먹자골목, 송리단길, 석촌호수의 월평균 방문객이 약 20% 증가했고 매출은 약 15% 상승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며 관광 명소가 된 것은 기본이고 지역 경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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