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양 불균형 해법은? 순식물성 대체식품서 ‘길’ 찾다

김선미 기자

입력 2022-04-20 03:00:00 수정 2022-04-20 04: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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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10〉 ‘더플랜잇’ 양재식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 사무실에서 양재식 대표가 식물성 대체우유, 계란을 쓰지 않은 마요네즈와 크래커, 두부면 파스타 등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경기 안양시에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 사무실에 들어섰다. 양재식 대표(36)를 비롯한 직원들이 모여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식물성 대체우유 ‘씰크(XILK)’를 시음하고 있었다. 양 대표는 “우유와 동일한 성분을 갖고 있는 콩과 해바라기씨 등의 원료를 배합해 만들었다”며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분들도 마실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2017년 설립한 이 회사는 계란을 넣지 않은 마요네즈와 크래커, 대체육(육류를 대체하는 단백질원)을 넣은 비빔밥 간편식 등 다양한 대체식품을 선보여 왔다. 왜 이 시장에 뛰어든 걸까. 양 대표는 “글로벌 영양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을 풀기 위해서라고 했다.
○ “육류가 과도하게 소비된다”
양 대표가 글로벌 영양 불균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동대 생명과학과에 다니며 저개발 국가들을 돕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다. 수업 시간에는 당뇨와 비만 등 주로 선진국에서 ‘많이 먹어 생기는 문제’들을 연구했지만 동아리에서는 ‘못사는 나라’ 사람들의 영양실조를 고민했다. 사료 농사에 치중하느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 자원의 다양성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었다. ‘왜 같은 지구에 살면서 이토록 다른 영양 문제로 고민해야 할까.’

그는 자본의 원리에 의해 인간의 식습관이 변하고 있다고 봤다. 사업적으로 ‘돈이 되는’ 육류가 과도하게 생산되고 판매되면서 과도한 섭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이롬의 생명과학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내가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창업에 나섰다고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한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맛”
더플랜잇이 순식물성 대체식품을 만드는 작업은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회사는 식품에 포함된 성분 데이터를 지금까지 110만 개 축적했다. 이 데이터들을 배합해 대체식품을 개발한다. 원료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면 우유와 비슷한 성분은 치즈나 버터보다 맥주에 더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양 대표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위해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은 것이지 채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고기를 먹는다고 비난하거나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는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다고 한다.

소비자 중에는 꺼리는 쪽도 있다. 대체식품의 맛과 향, 외형과 식감 등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예로부터 ‘고기는 귀하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체육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다. 그래서 더플랜잇은 대체육을 토마토소스나 비빔밥 고추장에 넣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는 “대체식품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맛일 뿐”이라며 “지구와 건강을 위해 일부러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서 먹고 보니 지구와 건강에도 좋은 대체식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 고객 반응에 발 빠르게 대응
양 대표가 지은 회사 이름은 ‘더플랜잇(ThePlantEat)’. 발음상 우리가 사는 행성(Planet)도 되면서 ‘지구를 위해 식물을 더 먹자’는 염원도 담았다. ‘씰크(XILK)’ 이름도 직접 지었다. ‘우유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우유(MILK)의 ‘M’ 위에 ‘X’를 그은 형태다. 전문 네이밍 회사의 도움을 받았냐고 묻자 그는 “스타트업은 가진 게 별로 없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많다. 소비자가 한 번에 뭔지 알아볼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것,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지었다”고 말했다.

씰크는 이번 주부터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회사 측은 이 음료를 넣어 만든 아이스라테를 내왔다. 마셔 보니 두유 맛이 많이 났다. 양 대표는 “당초 이 음료는 카페라테 제조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는데 바리스타들로부터 두유 맛이 강하다는 피드백이 있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며 “해바라기씨 대신 귀리, 콩의 단점을 보완하는 곡물 등을 넣어 개선된 버전을 다음 달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양 대표가 말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강점은 이처럼 고객의 반응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한 번에 완벽하게 제품을 내놓아야 하지만 스타트업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걸 확인한 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 마요네즈도 초기보다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고소한 맛이 강화됐다. 그는 “현재 20조 원 규모인 글로벌 대체우유 시장은 반드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대체’로 여겨지는 먹을거리가 ‘기본’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것=“하고 싶은 한 가지를 하기 위해 하기 싫은 99가지를 해야 하는 것.”

#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스타트업의 규모를 키우기에 앞서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그 일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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