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개미’의 눈물… 강제 처분당한 주식 5조 넘어

이상환 기자

입력 2022-04-20 03:00 수정 2022-04-20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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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락세에 반대매매 속출




직장인 이모 씨(55)는 지난해 12월 증권사에서 신용거래융자로 300만 원을 빌려 코스닥 게임주에 투자했다. 금리는 연 8%로 높았지만 은행 대출과 달리 별도의 심사 없이 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해당 종목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증권사는 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렸다. 이 씨는 1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 씨처럼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이어진 반대매매 규모는 5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증권사들의 대출 이자율도 연 최고 10%대로 치솟고 있어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 1년 3개월간 반대매매 5조3000억 원

1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10곳(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키움 대신 유안타 신한투자 하나투자)의 개인투자자 반대매매 규모는 4조443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2조3376억 원)과 비교하면 90% 급증한 규모다. 이 중 3일짜리 ‘단기 외상거래’인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가 전체의 76%(3조3762억 원)를 차지했다. 미수로 산 주식을 당일 되파는 ‘초단타 개미’들이 많이 쓰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빚투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각종 대외 악재로 증시가 하락하자 반대매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주식, 펀드 등의 담보가치가 대출액의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되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올 들어서도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18일까지 8836억 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올 들어 반대매매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320억 원)였다. 이어 셀트리온(158억 원), LG에너지솔루션(155억 원), 카카오(130억 원) 순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변동성이 높은 바이오 종목에서 반대매매가 많이 발생하는데 올 들어서는 증시 전반이 부진해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 빚투 이자율도 연 10% 눈앞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증시 출렁임이 계속되고 있어 반대매매에 따른 빚투 개미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증권사들도 최근 대출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어 빚투 개미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9월 0.77%에서 이달 18일 1.72%로 뛰었다. 이에 따라 교보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18일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9∼0.17%포인트 인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부 구간의 이자율을 9.5%에서 9.9%로 올렸다. 대다수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 상단이 이미 9%대로 올라선 만큼 연내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빚투 금리도 오르고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여전히 많아 반대매매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 섣부른 빚투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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