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부모 찬스’ 없애고 원칙대로… 실효성 높이는 게 관건

주애진 기자

입력 2022-04-19 03:00:00 수정 2022-04-19 03: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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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약 ‘공정채용법’ 내용과 한계는

지난해 12월 26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정책총괄본부단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공정한 채용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의 ‘공정채용법’ 제정을 내세웠다. 주된 내용은 특혜 채용과 고용 세습을 없애고 채용시험 및 국가자격시험의 특례, 가산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를 채용 시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새 정부에서 공정채용법이 제정되면 채용 과정에서 어떤 점이 달라지고, 실제 시행될 때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미리 살펴봤다.

○ 고용의 세습 특혜 없애 ‘부모 찬스’ 근절
18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금도 채용의 절차적 공정성을 규정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에게 용모와 키 등 신체적 조건이나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과 재산 등의 정보를 요구하는 걸 금지한다. 누구든 회사에 부당한 채용 청탁과 압력을 가해서도 안 된다. 회사는 거짓 채용 광고를 내거나 구직자에게 채용 심사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인 사업장에 적용된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공정채용법은 이러한 ‘절차적 공정’을 넘어, 채용 내용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핵심은 노동조합의 고용 세습,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 등 이른바 ‘부모 찬스’를 뿌리 뽑는 것이다. 현재 일부 사업장의 노사 단체협약에는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등의 조항이 들어 있다. 공정채용법은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친인척 간에 고용 승계를 하거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를 특혜 채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채용된 사람의 입사를 무효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공정채용법이 제정되면 노조 단체협약 조항과 관련해 기존 판례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 자녀를 회사가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정부가 해당 단체협약 조항을 없애도록 한다면 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0년 대법원 판례는 소수의 산업재해 유족을 예외로 인정한 결과”라며 “단체협약을 통해 다수의 채용 기회를 침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새 정부가 구직자의 ‘공정한 기회’,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 단체협약 자치의 원리를 조화시켜 법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국가자격시험 특례제도 전면 재검토
윤 당선인 공약에는 국가자격시험 특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관련 공무원 경력이 있는 수험생은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행정사 등의 자격시험에서 일부 시험을 면제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반 수험생들은 ‘공무원 특혜’라며 공정성 시비를 제기해 왔다.

이런 문제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가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이다. 당시 치러진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자가 전체 합격자(706명)의 21.4%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시험을 출제 감독하는 산업인력공단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감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국세행정 경력자가 면제받는 과목인 ‘세법학 1부’에서 과락(40점 미만)을 받은 응시생이 전체의 80%에 이르러 시험이 세무공무원들에게 크게 유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새 정부에서는 기존 국가자격시험 특례 제도를 대폭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채용시험을 출제 관리하는 시스템도 투명하게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내세운 공정채용법만으론 청년들이 채용 시장에서 겪는 불공정을 해소하기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 채용절차법을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불공정 채용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용 절차는 원칙적으로 민간 기업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라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며 “그 대신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스스로 정한 근로 조건, 심사 기준 등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법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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