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80㎏, 女60㎏↑ 연애할 자격없어”…황당한 日정부자료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4-15 16:48 수정 2022-04-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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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남자는 몸무게 80㎏, 여자는 60㎏이 넘으면 더 이상 연애할 자격이 없다.”

일본 정부가 주관하는 가족·결혼 관련 연구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발표 자료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일본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여국은 지난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생 100년 시대의 결혼과 가족에 관한 연구회’의 발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연구회는 미혼 및 독신 가구의 증가 등 일본 사회의 혼인·가족 변화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대안을 제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6명의 전문가와 교수를 비롯한 연구원으로 구성돼있다.

문제가 된 자료는 고바야시 방패 나리모토대 사회학과 교수의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 100년 시대를 위한 연애의 역할’이다.

30페이지 분량의 해당 자료집에는 “남녀 모두 잘생기거나 예쁠수록 연애 경험이 풍부하다. 예쁜 여성은 1.5배, 잘생긴 남성은 1.7배 경험이 많다” “남자는 일단 청결한 것이 중요하다” “남자는 몸무게 80㎏, 여자는 60㎏을 넘으면 연애할 자격이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뿐만 아니라 “연애 기회를 얻지 못한 비자발적 독신자에게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벽치기’(남성이 여성을 벽에 밀어붙이고 손으로 벽을 강하게 치는 행동)와 ‘고백’, ‘프러포즈’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에서 논란이 된 ‘벽치기’ 관련 교육 자료. 야마구치 토모미 트위터 갈무리
해당 자료는 몬타나주립대학의 교직원 야마구치 토모미가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논란이 됐다.

야마구치는 “벽치기 따위가 교육 과정에 들어가 강제로 그런 연습을 시키는 건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자료에 나온 ‘외모’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결혼 지원 사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외모 개선’ 부분은 행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정부에서 이런 논의를 일반적으로 하고 있다니 인권 의식은 어디 갔나. 우린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벽치기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고 도망갈 공간조차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DV(Domestic Violence, 가정폭력) 체크리스트 항목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내각부 관계자는 “우리는 사랑과 결혼과 같은 개인적인 결정에 구체적인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을 오도하지 않도록 연구 그룹에서 함께 수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내각부 관계자는 “‘벽치기’의 경우 고바야시 교수의 개인 강연 내용으로, 연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연애가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소개한 것”이라며 “외모지상주의 논란 역시 타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구회는 추후 해당 자료와 관련된 최종 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할 계획이다. 다만 내각부는 최종 보고서에 이번에 논란이 된 부분들을 포함할 지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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