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리 0.25%P 인상… 총재 공석 속 물가 급했다

박민우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4-15 03:00 수정 2022-04-1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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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5%로 인상]
“우크라 등 대내외 여건 큰 변화, 高물가 장기화 우려… 대응 불가피”
사상 첫 대행 주재로 금리 올려… 물가상승률 전망도 4%대 상향 시사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전격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총재 부재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린 것은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직전보다 높아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공석인 총재(의장)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금리를 4차례 인상해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년 6개월 만에 2019년 10월 초 수준인 연 1.50%로 올라섰다.

‘총재 공백’속 한은 금통위 개최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왼쪽)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상 처음 한은 총재 공석으로 열린 금통위에서 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금통위와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는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주재했다. 주 위원은 간담회에서 “2월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특히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행보와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연착륙 문제도 한은의 대응을 재촉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은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월 내놓은 3.1%에서 4%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0%에서 2%대 중후반으로 낮출 뜻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방향에 대해선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금통위원 의견이 전보다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금리 상승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여 4500조 원 이상의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긴축 속도를 고려하면 한은이 연말까지 3, 4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금리를 2.50%로 올릴 수도 있다”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 高물가-美 빅스텝에 금리 선제 대응… 3, 4차례 더 올릴듯









올해 물가상승률 4% 육박 예상에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 우려

수입물가, 한달새 7.3% 급등 밀 76.8% 뛰는등 밥상물가 위협
“연말 기준금리 2.5% 될것” 전망도… 올 성장률, 3%→2% 중후반 예상



“올 초까지는 상반기(1∼6월) 기준금리가 1.0∼1.25%가 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되는 걸 보고 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린 뒤 이렇게 말했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주 위원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도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 향후 통화정책은 ‘고물가’와 ‘저성장’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 “물가 상승률 연간 4% 수준”

주 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은 좀 더 분명하게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2월 전망한 3.1%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7.3% 올랐다. 13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물가는 35.5%나 뛰었다. 밀(76.8%), 옥수수(35.1%) 등 곡물가격도 1년 새 급등했다.

주 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장기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물가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엔 물가 상승 압력이 늦어도 2분기(4∼6월)가 지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한 것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올린 배경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지고 외국인 자본 유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올해 3, 4차례 더 올릴 듯”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3, 4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긴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음 달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며 “기준금리 상승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주 위원은 ‘연말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연준의 빠른 긴축이 예고돼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면서도 “앞으로는 성장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장기화가 맞물려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다음 달 발표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3.0%)보다 낮은 2%대 중후반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주 위원은 “2%대 중후반 정도로 성장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조치와 관련해 주 위원은 “미시적 차원의 정책으로 거시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난다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미시적 대출 완화 정책이 확대될 경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LTV 완화 조치는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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