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어우러진 ‘힐링 숲’… 피톤치드 향에 스트레스 ‘훌훌’

강승현 기자

입력 2022-04-15 03:00 수정 2022-04-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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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스트리트]〈17〉은평구 편백숲길

6일 서울 은평구 봉산에 조성된 편백숲길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은평구는 이 일대에 2014년부터 편백나무 약 1만2400그루를 심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새절역. 편백숲길로 가기 위해 숭실고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가쁜 숨을 내쉬며 힘들게 발길을 옮기는데 편백나무의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온몸에 퍼져 있던 피로감을 덜어줬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향을 곧바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힐링숲으로 알려진 편백숲길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날은 숭실고를 거쳐 숲 안으로 들어갔다.
○ 도심 속 1만2400그루 편백나무 숲

피톤치드 향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푸른색 편백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평일 낮인데도 곳곳에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보였다.

은평구에는 북한산, 앵봉산, 백련산, 이말산 등 유독 산이 많다. 이날 찾은 편백숲길은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봉산’(209m)에 있다. 편백숲 조성사업은 2014년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채택됐다. 2018년까지 모두 1만2400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었고 그 이듬해부턴 전문가에게 자문해 편백숲 아래 꽃잔디 등 키 작은 나무와 초화류를 심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진 봉산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3종의 나무 4만9000그루를 더 심었다. 편백숲 말고도 다른 여러 종류의 식물이 곳곳에 자라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 넘게 심은 편백나무 96%가 활착률(옮겨 심거나 접목한 식물이 생존한 비율)을 보였다. 편백나무 외에 꽃잔디, 상록패랭이꽃, 매발톱꽃, 목수국 등 편백숲길 주변에 자리 잡은 다양한 식물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주말 편백숲길을 찾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편백나무 향을 맡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치유의 숲이 되고 있다”고 했다.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구는 더 많은 사람이 편백숲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무장애숲길’을 조성 중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되는 이 공사는 편백숲길을 포함해 7.7km 구간 보행 환경을 개선해 장애인, 노인 등도 편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행정구역의 절반 이상이 산림, 녹지로 구성된 환경을 최대한 살려 편백숲길 외에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불광천 벚꽃길 감자국거리도 지역명소
푸른 숲길을 나와 조금 더 걸으면 불광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 꽃이 활짝 핀 벚꽃길은 편백숲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한 장면에 여러 번 걸음을 멈추게 됐다.

긴 산책으로 허기질 때쯤 응암동 감자국거리를 만났다. 흔히 감자탕이라고 부르지만 이곳에선 감자국이라고 표현한다. 대림시장 안에 조성된 감자국거리에는 터줏대감처럼 지역을 지켜온 오래된 노포들이 많다. 이곳에서 감자국을 팔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예전에 비해 식당 수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조금 더 시간이 허락한다면 지역 전통시장인 대림시장을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대림시장은 서울 은평구 역사와 함께한 대표 전통시장이다. 서울에서 아직까지 5일장이 열리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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