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감부터 공황까지… 우울증도 단계별 치료해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04-13 03:00:00 수정 2022-04-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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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대표증상 9가지로 질환 진단
초기에는 심리-약물치료로 빠른 회복
중증엔 뿌리는 항우울제 신약이 효과
“약에 의존말고 내려놓는 연습해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어려움이 생길 때 그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인의 질병’으로 통하는 우울증이다. 우울한 기분은 날씨나 환경 변화 등에 따라 나타날 수 있지만, 우울감이 장기간 지속되고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라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는 국민이 3명 가운데 1명꼴에 달하며 ‘코로나 블루’ 등 관련 후유증도 늘고 있다.


우울증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이 본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우울증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며 “초기, 중등도, 중증 등 단계별로 다르게 치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제공
우울증은 증상 심각도에 따라 경도, 중증도, 중증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우울 관련 증상으로 알려진 것만 52가지에 이른다. 최신 진단기준(DSM-5)에 근거할 때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간 지속되었을 때 우울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무기력, 의욕 저하,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우울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만약 우울한 기분뿐 아니라 수면, 식욕, 체중의 변화 또는 통증, 공황 증상 등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은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며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환경적 스트레스가 지속될수록 우울증에 노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또 “우울증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우울증엔 운동요법 등 시도해야

우울증 진단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 계획과 증상에 따라서 세부 치료 전략과 치료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비교적 경증의 우울증이라면 운동요법 또는 음악치료 요법이 사용된다. 또 일조량 저하로 나타나는 우울증이라면 ‘광(光)치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심리치료는 상담 및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환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환자가 처한 상황과 의학적 판단에 따라 가족 또는 주변인 등 긴밀한 관계의 인물들이 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

항우울제는 우울 증상이 있는 이들에게 효과가 있는 약이다. 만약 우울증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자극 효과가 없다. 똑같은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초기부터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복용하는 게 좋다.


중증 우울증은 스프레이형 항우울제로 빠른 효과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이라면 약물치료 또는 전기경련치료(ECT)를 고려할 수 있다. 전기경련치료는 환자의 뇌에 간단한 전기 자극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기가 가해지는 치료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 방식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숙련된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중증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 먹는 항우울제를 복용한 후 효과를 판정하기까지 보통 5∼7주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이 기간을 견디는 것도 매우 힘들어한다. 때로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될 수 있으므로, 생명 구조 차원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최근엔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항우울제 신약인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염산염)가 국내에서 사용 승인됐다. 이 약은 먹는 항우울제를 두 가지 이상 적정 기간 동안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강 분무용(스프레이) 형태로 개발돼 기존의 먹는 항우울제와는 다른 기전으로 인체에 작용해 기존 치료요법보다 빠르게 우울 증상을 개선시킨다. 지속적으로 투여할 때 우울증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정 원장은 “스프레이형 항우울제를 경험해 본 환자들은 스스로 처한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며 “주변 환경이나 타인의 영향력에 좌우되기보다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서 좀 더 확신을 갖게 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깊은 우울과 스트레스로 고통받던 환자들의 삶이 변화되는 것을 함께 경험하는 것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매우 보람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생각 전환으로 우울증 재발 막아야


우울증은 치료 이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치료제를 사용하든 충분한 기간 동안 전문가와 상의를 해서 치료기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정 원장은 “우울증 치료에 약물이 큰 도움이 되지만, 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먹는 항우울제 또는 뿌리는 스프레이형 항우울제를 사용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의 변화를 줘야 우울 증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원장은 또 “현대인 중에서는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완벽주의가 심할수록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감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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