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설립 내달 윤곽… 한국거래소 67년 독점 막 내리나

김자현 기자

입력 2022-04-12 03:00 수정 2022-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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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ATS인가 기준 막바지 작업… 증권사 등 예비인가 신청 준비 등
2년 뒤 ATS출범 전망 나오기 시작… 거래소 간 경쟁 구도 구축되면
수수료 인하-거래시간 확대 등 효과… “제도권 밖 상품 규제 역할도 가능”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설립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ATS 설립을 준비하는 증권사들은 이르면 다음 달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1956년부터 67년간 이어져온 거래소의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경쟁 체제가 도입돼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달 ‘ATS 인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ATS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ATS설립위원회’는 조속히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ATS설립위원회는 2019년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해 금융투자협회와 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KB·키움·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가 만든 조직이다. 예비인가를 거쳐 실제 ATS의 출범은 2024년 상반기(1∼6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TS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뜻한다. 정규 거래소와 달리 상장 심사나 시장 감시 등의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50여 곳, 200여 곳의 ATS가 있을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설립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2019년까지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던 탓에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동학개미운동’ 등에 힘입어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ATS 설립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ATS 도입으로 거래소 간 경쟁 구도가 구축되면 매매 수수료 인하, 거래 시간 확대, 거래 속도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ATS를 통해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반) 외 야간에도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상황을 반영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도 과거와 달리 ATS 설립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미 거래소 주식 매매 수수료가 0.0027%로 낮은 편이라 경쟁력이 있고, 경쟁시장이 만들어지면 공공기관 지정 여론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중소기업 특화 대체거래소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차기 정부도 ATS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ATS 도입에 따른 리스크와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TS가 비상장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제도권 밖의 상품들을 규제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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