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생활화학제품 안전평가 강화… 세제 등 원료 유해성 5등급 분류해 공개

박성민 기자

입력 2022-04-11 03:00 수정 2022-04-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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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가습기살균제 사태’ 없게…
인체 유해 가능성 높은 39개 품목에 QR 새겨 소비자가 확인 가능하게
“과도한 공포심 부를 수 있어” 지적도



정부가 내년부터 세탁세제, 방향제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5단계로 나눠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호흡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의 유해 정도를 등급으로 나눠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을 막겠다는 취지다.
○ 39개 제품 원료 유해성 공개 추진
10일 환경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소비자가 많이 접하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성분 유해 정도를 0∼4등급으로 나눠 공개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지금도 일상에서 쓰는 화학제품 가운데 본드 등 접착제와 뿌리는 소독제, 탈취제 등 39개 품목은 안전 확인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은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출시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 39개 전체 품목에 QR코드를 의무적으로 붙여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생활환경안전정보 안내 홈페이지인 ‘초록누리’로 연결돼 제품에 포함된 물질과 그 유해 등급을 알려주는 식이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0, 1등급은 유해성이 높은 물질이다. 여기에 해당되면 정부가 제조사에 원료를 바꿀 것을 ‘요청’한다. 2등급은 원료 교체를 ‘권고’하기로 했다. 3, 4등급은 유해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화학 물질 원료에 부여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 미국에서 운영하는 ‘그린스크린’ 제도를 참고하고 있다. 그린스크린은 주정부, 환경단체, 기업 등이 협약을 맺고 세정제, 음식 용기 등 생활화학제품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4단계로 표시하고 있다.
○ 원료 물질 표시 안하는 화학제품들
현재 생활화학제품은 함유 물질이 ‘깜깜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생활화학제품은 2017년 시작된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1508개 제품만 모든 성분을 공개한 상태다. 반면 인체에 직접 닿는 화장품은 2008년부터 모든 성분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지 성분 포함 등 안전 기준을 위반한 생활화학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다가 적발된 건수가 2017년 80건에서 지난해 912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일부 병행수입 업체에서 들여온 방향제 브랜드 ‘양키캔들’의 차량용 방향제에서 국내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돼 17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 정부는 향초나 방향제를 좁은 공간에서 제때 환기하지 않고 과도하게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강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각 제품의 유해 정보를 정확히 알면 소비자들이 더 주의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모든 화학물질은 잘못된 용법이나 기준량 이상을 사용했을 때 문제가 된다”며 “특정 물질에 대한 낙인찍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물질별 등급 평가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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