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발행 코인 판매’ 매출이냐 부채냐… 첫 회계기준 만든다

강유현 기자

입력 2022-04-11 03:00 수정 2022-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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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위메이드, 매출 뻥튀기 논란… 금융당국, 재발 막으려 검토 착수
판매 뒤 의무 없는 일반제품과 달리 가상자산은 플랫폼 개선 등 따라야
넷마블 등 코인 계획 업체들 촉각





금융당국이 ‘실적 정정공시’로 논란을 빚었던 위메이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회계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기업이 자체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코인(가상자산)을 발행한 뒤 이를 팔아 벌어들인 대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해외에서 상장사가 코인을 발행해 매도한 선례가 없는 만큼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등 국내 중견 게임사들과 카카오가 자체 코인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 금융당국의 결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제2의 위메이드 논란 차단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업이 가상자산을 발행한 뒤 매도한 경우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 신산업 분야의 모호한 회계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회계기준 적용지원반’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이 아직 없다”며 “최대한 신속히 회계 처리 지침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2의 위메이드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미르의 전설’ 게임 운영사인 위메이드는 2월 9일 자체 코인인 ‘위믹스’ 매도 대금을 매출로 잡아 실적을 공시했다가 3월 16일 부채의 일종인 선수수익으로 바꿔 정정 공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5607억 원에서 3373억 원, 영업이익은 3258억 원에서 100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만약 다른 상장사가 코인 판매 대금으로 이익을 부풀린다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회계 처리 기준은 아직 없다. 해외에서 상장사가 자체 코인을 발행해 매도한 선례도 없다. 이에 2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위메이드 회계 처리에 대한 의견을 서면 질의했으나 모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답변하지 못했다.
○ 관건은 ‘의무’ 범위, 국내 게임사 영향
가상자산 판매액을 매출 혹은 부채로 보는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관건은 ‘의무의 범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 기준 적용지원반에 참여하는 한국회계기준원의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제품 판매대금을 매출로 잡으려면 자동차처럼 팔고난 뒤 특별한 의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발행 기업이 가상자산이 사용되는 플랫폼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투자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가상자산의 가치(시세)가 상승할 것을 기대해 매수한다. 회계기준원 측은 “가상자산 판매를 일반 제품과 똑같이 보기 힘들어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결론에 따라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넷마블(MBX), 컴투스(C2X), 네오위즈(네오핀)는 최근 자체 코인 발행을 위한 백서를 공개했다. 모두 자체 플랫폼에서 코인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위믹스와 비슷한 방식이다. 카카오는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인 ‘클레이튼’에서 쓸 수 있는 ‘클레이’를 발행했다. 기아의 전기차 대체불가토큰(NFT)을 클레이로 살 수 있게 하는 등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가상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회계사는 “상장사와 기존 주주, 투자자 간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회계 기준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규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신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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