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이종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세심히 살피겠다”

서동준동아사이언스기자 , 홍석호기자

입력 2022-04-10 15:50 수정 2022-04-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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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검증이 끝난 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2022.4.10/뉴스1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반도체 전문가인 학자 출신의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낙점됐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후 2시 이 후보자를 비롯해 초대 내각에서 활동할 8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이 교수를 소개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 권위자인 이 교수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 기술인 벌크 핀펫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한 사람”이라며 “국내에서의 오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해결·과제형 연구개발(R&D) 개편은 물론 역동적인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반도체의 중요성이 크다고 보며 그 분야에 대해 발전시키겠다”면서도 “한국은 반도체만 있는 게 아닌 만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해야 국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청문회에서 충분히 경청하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에 내정된 이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활동하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반도체 분야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며 514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86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기술 분야 최고 학회에 국내 최다인 2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관련 기업과의 산학 연구로 우수 특허상을 2회 수상하는 등 실용적인 반도체 기술 발전에 기여하며 다수의 기술을 이전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인텔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3차원(3D) 반도체 소자기술인 ‘벌크 핀펫(FinFET)’을 개발해 반도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첨단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소자 기술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양산에 표준이 됐다. 이 교수는 특히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여러 차례 강의를 진행하며 반도체연구소장을 맡아 4000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력 양성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2019년부터 과기정통부 소재부품장비기술특별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아 왔다.

앞서 2015년에는 서울대 공대 교수 25명과 함께 한국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저서 ‘축적의 시간’ 집필에도 참여했다. 이 교수 저서를 통해 “공과대학은 산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시스템의 집행 과정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검찰총장을 퇴임한 윤 당선인이 지난해 5월 개인 신분으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공부’를 하면서 윤 당선인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같은 해 3월 사퇴한 뒤 국내 주요 산업 분야와 접촉한 것은 처음이다. 수행원 없이 연구소를 방문한 윤 당선인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정덕균 석좌교수와 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 안내로 4시간가량 시설을 견학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정 교수에게 “반도체 공부를 하고 싶다”고 갑자기 연락한 뒤 혼자 나타났다고 한다.

반도체 전문가가 과기정통부 장관에 지명된 건 2019~2021년 재임한 최기영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혁재 서울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이 교수가 개발한 핀펫 공정은 해외에서도 공정개발에 사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며 “연구도 잘할 뿐 아니라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하면서 연구소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교수에 대해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할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반도체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당연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한국의 미래 기술 개발도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특히 공학기술인력이 부족한 데 이에 대한 역량강화에도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추격형 R&D 시스템을 선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선도형 R&D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율권, 예산, 성과평가 문제 등을 잘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 교수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정부, 학계, 산업계를 모두 아우를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주요 기업과 국가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하는 격전지로 변했다. 미국 인텔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경쟁 중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TSMC도 미국, 일본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중국 기업들도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를 안보 이슈로 판단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 TSMC 등을 모아 세차례의 반도체회의를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도 경제 6단체장과 가진 회동에서 “요즘 전쟁이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중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전문가인 이 후보자가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반도체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현안 중 하나인 인력난 해소에 이 후보자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과 달리 인재영입은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반도체 산업 현장의 다수 전문가를 육성해내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 이 후보자가 인재육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반도체 기술 경쟁 상황에서도 이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 교수는 학계에 있을 때 학술적인 연구를 산업기술로 확산될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한 분”이라며 “각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동준동아사이언스기자 bios@donga.com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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