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하나로 다이어트-여행 가능…평생 스포츠로 최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2-04-09 14:00 수정 2022-04-09 14: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은승표 원장이 서울 남산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평소 건강을 위해 겨울엔 스키, 그 외의 계절엔 아이스하키를 즐기던 은 원장은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실내 스포츠를 할 수 없게 되자 실외 스포츠인 사이클에 빠져들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실내 체육시설을 닫는 바람에 운동 못해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났죠. 겨울 스키 시즌이 지난 뒤엔 할 운동이 별로 없었어요. 그 때 실외 스포츠인 사이클이 다가왔어요. 사이클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은승표 원장이 사이클을 메고 서울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은승표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 원장(59)은 내로라하는 스포츠 광이다. 중고교 시절 농구를 즐겼고 가톨릭의대 1학년 때인 1982년부터는 선배들과 스키를 탔다. 스키를 즐기면서 스포츠 의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2002년부터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2020년 초 확산된 코로나19 ‘덕택’에 이젠 최애 스포츠에 사이클도 추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힘겨워했던 의사도 있었지만 정형외과 의사들은 일이 많이 줄었어요. 수술 환자가 반으로 줄었고, 해외 학회에 나갈 일도 없어졌죠. 남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사이클을 탔어요. 사이클은 실외 스포츠이고 타는 것 자체로도 사실상 거리두기가 돼 안전했죠. 2020년 한해 사이클 타고 전국을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였던 은승표 원장은 함께 했던 의사들과 2019년 ‘오싸디’란 모임을 결성했다. 올림픽 스키경기 의무지원팀 사이클 디비전이란 뜻으로 겨울엔 스키를 타고 그 외의 계절엔 사이클을 탄다. 부상이 많은 스포츠에 의무 자원봉사 활동도 한다. 은승표 원장 제공.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였던 은 원장은 함께 했던 의사들과 올림픽 이후에도 같이 운동하며 봉사활동을 계속 하기로 하면서 2019년 ‘오싸디’란 모임을 결성했다. 올림픽 스키경기 의무지원팀 사이클 디비전이란 뜻으로 겨울엔 스키를 타고 그 외의 계절엔 사이클을 탄다. 은 원장은 첫해엔 초보자인 데다 시간도 없어 제대로 탈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그에게 큰 기회를 준 셈이다.

업힐(언덕 오르기)에 빠져 서울 남산과 북악 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새벽이나 저녁, 주말 시간만 나면 페달을 밟았다. 한 달에 한번은 전국 투어에 나섰다. 그는 “보통 새벽에 수술을 하는데 수술이 잡히지 않으면 오전 6시30분 쯤 사이클을 타고 집을 나서 남산 정상까지 두 바퀴 돌고 집에 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럼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하루가 활기차 진다”고 했다. 저녁에도 오후 8시부터 12시가 넘더라도 시간 나면 오른다. 그는 “오후 9시30분 이후엔 버스도 없어 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 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페달을 밟고 남산을 오른다”고 했다.

‘오싸디’ 회원들이 사이클을 타고 있다. 맨 뒤가 은승표 원장. 은승표 원장 제공.
더 짜릿한 라이딩을 하려면 속칭 ‘동부 5고개’로 간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출발해 벗고개-서후고개-명달리-다락재-유명산을 넘어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오는 70km코스. 3시간 넘게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오르가즘’과 ‘내리가즘’을 통해 허벅지와 복근, 등배 등 코어 근육이 강화되고 심폐 지구력까지 좋아진다. 극한 신체활동이지만 몸은 오히려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전국 투어는 강원 춘천, 평창, 충북 충주호와 대청호, 전남 영암과 해남, 보성까지 간다. 물론 서울에서부터 사이클을 타고 출발하는 게 아니라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서 그 지역 명소를 달린다. 회원이 많으면 버스를 대절해 가기도 한다. 은 원장은 “여유롭고 즐겁게 타는 코스는 북한강길 남한강길이 좋다. 경기도 팔당이 거점이다. 팔당에서 북한강길로 쭉 가면 강원 춘천까지 간다. 남한강길로 가면 경기 여주까지 간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없어 한적하다. 스피드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은승표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오싸디’ 회원들과 격투기 의무지원 자원봉사를 하다 포즈를 취했다. 은승표 원장 제공.
은 원장이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빠지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때. “신입생이지만 방학 때는 재밌게 놀고 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그에게 스키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당시 학교내에서 세게 놀던 선배들의 대부분이 스키부 소속이었어요. 겨울 시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음주가무로 자주 합숙 상태를 유지하던 스키부는 답답한 의대생활 중 외부 세계로의 돌파구이기도 했죠. 도서관보다는 운동장에서 더 자주 보이는 저에게 친구들은 ‘운동권 학생’ ‘체육 특기생’ 등의 별명을 지어줬는데 듣기 싫지는 않았습니다.”

스키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문의과정을 마친 뒤 1999년 당시 국내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스포츠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스포츠의학 선진국에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미국 버몬트주립대 스키부상연구팀으로 갔다.

“미국 가는 김에 스키나 원 없이 타고 오자는 생각으로 연구 주제를 스키로 정했어요. 자료 수집 과정에서 스키 부상이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알게 됐죠. 스키 부상에는 장비, 기술,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스포츠의학계의 중요 관심 종목이었습니다.”

‘오싸디’ 회원들이 스키를 타다 포즈를 취했다. 은승표 원장 제공.
은 원장은 현장 자료 수집을 위해 각국의 스키장도 돌아다녔고 운 좋게 대가들을 만나서 가르침도 많이 받았다. 그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절이라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스키 부상의 역사’라는 책도 썼다”고 했다.

은 원장은 2002년 스포츠의학을 테마로 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무릎 십자인대수술 전문의로 재활까지 풀 서비스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내 처음으로 수술실과 재활체육관을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선수들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활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 연수를 떠나기 전에는 보디빌딩트레이너교육도 받았다.

스키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한스키협회와의 연도 쌓였다. 2008년부터 대한스키협회 의무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턴 국제스키연맹 의무 위원으로 활약했다. 2014년부터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2018년까지 평창 스키경기 의무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스키지도자연맹, 대한태권도연맹, 대한볼링협회, BMX 의과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안전과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싸디’와 부상 위험이 높은 격투가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 의무지원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2002년부턴 아이스하키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시켰는데 뒷바라지 하다 직접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시켰는데 늘 따라다니다 보니 그 매력에 빠졌죠. 보통 아빠들이 다 그렇게 시작하더라고요. 빙판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스틱을 들과 퍽을 때리다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죠. 운동량도 엄청납니다.”

당시 엘리트스포츠로만 알려졌던 아이스하키가 클럽화되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은 원장은 “실내 링크도 많아지고 장비도 한번 장만하면 10년 이상 쓰니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996년 창단한 위니아 아이스하키클럽에서 주 2~3회 빙판을 누볐다.

스키와 아이스하키를 잘 즐기기 위해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도 키웠던 그에게 코로나19는 엄청난 ‘재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이클이란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평생 건강을 위해 운동은 필수이며 100세 시대에 맞는 운동도 찾아야 합니다. 자전거가 최고의 건강 스포츠입니다. 자전거는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체력 수준에 맞춰서 탈 수 있어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어로 실력 조정도 가능합니다. 자전거는 종합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시간대비 운동효과 좋습니다.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죠. 자전거는 타고 나가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 됩니다.”

은승표 원장이 서울 남산에서 사이클을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은 원장은 자전거 타기가 100세 시대 최고의 건강법이라고도 했다.

“나이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관절도 마모되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효과가 좋아야하고 신체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체력별로 강도 조절이 되고 부상이 적은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가 좋습니다. 안장에 앉기 때문에 체중을 분산시켜 바른 자세로 타면 무릎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아요. 사고의 위험성은 있지만 안전수칙을 준수한다면 나이 들어 운동효과와 여행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입니다.”

은승표 원장이 사이클을 메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이클을 타다 길이 복잡할 경우엔 이렇게 옮겨서 타기도 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이클을 타면서 여행 욕구도 다시 생겼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젠 이탈리아로 사이클 타러 가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스텔비오라는 곳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업힐 코스입니다. 그곳을 오르는 게 버킷리스트의 하나가 됐습니다.”

스텔비오는 지로 디 이탈리아 사이클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무려 24km의 오르막이 이어지는 죽음의 코스로 유명하다.

“자전거 하나로 전국을, 세계를 누빌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고….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동량이 많아 어떤 음식을 먹어도 다이어트 고민 안 해도 됩니다. 전국의 유명 맛 집을 자전거 타고 가서 먹고 오는 것은 또 어떤 가요…. 다시 말하지만 평생 스포츠로 최고입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