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경험해 본 엔데믹... 마스크 벗은 미국 가보니 “공항 벗어나면 딴 세상”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04-07 10:10 수정 2022-04-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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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스크 벗고 일상 회복 수순
텍사스 오스틴 하루 확진 100~130명 수준
거리·상점·술집·모임서 마스크 착용 無
약국서 코로나19 검사… 확진 시 강제조치 無
국내 거리두기 완화 수순…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


지난주 출장 일정으로 방문한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일상을 대부분 회복한 모습이었다. 불과 3개월 전 하루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던 국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공항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스크 없는 세상이 펼쳐졌다. 방역 완화 일환으로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해제(현지시간 3월 8일)된 지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이다.

3월 30일부터 4월 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텍사스 주 주도 오스틴(Austin)을 방문했다. 숙소 이동을 돕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 나온 현지 미니밴 운전기사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방금 도착한 우리 일행만 성실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다른 차량 운전자와 창밖 길거리 사람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현지인과 여행객을 구분하기가 쉬웠다. 방금 오스틴에 도착한 사람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거나 손에 마스크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4월 4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수는 669만2587명이다. 미국 전체 누적 확진자(8012만7934명)의 8.4% 비중을 차지한다. 텍사스 주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오스틴 확진자 수는 오스틴이 속해있는 텍사스 중남부 트래비스카운티 집계에 포함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이었던 지난 1월 트래비스카운티 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8000명(당시 일주일 하루 평균 약 3000명)을 돌파했지만 현재는 하루 평균 100~130여명 수준이다.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해제된 이후 3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 미만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스틴 도심 거리와 상점 내부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마스크 착용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음식점과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은 시간. 술집은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영업시간 제한은 없다. 도로에서는 수십여 명이 모여 전기 스케이트보드(바퀴가 데크 중간에 장착된 독특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했다.
숙소인 호텔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었다. 호텔에서는 100여명이 모인 야외 결혼식과 파티가 벌어졌는데 여기서도 마스크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레스토랑 종업원과 하우스키핑 직원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호텔 정문에는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마스크를 비치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우버를 탈 때도 운전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국내 복귀를 앞두고 비행기를 타기 24시간 전에는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했다. 수십여 국가 중에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국가는 한국과 멕시코 두 곳 뿐이었다. 미국행 항공기를 탑승하기 전 24시간 이내에 국내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신속항원검사)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에 도착한 후에는 24시간 이내에 보건소 등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해외 출입국 과정에서 최소 3회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확진자는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상이 나오면 인근 약국으로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집에 머물 것을 안내한다고 한다. 하지만 강제적인 조치는 없다. 확진에 따른 재택근무도 모든 회사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팬데믹 초창기에는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보건당국에서 전화가 오고 전반적으로 재택을 지키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은 일종의 확진자 현황 집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외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6일 국내 방역 당국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것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스크를 벗는 조치가 국가방역에서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는 방역 상황 등을 보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8만6294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주일 평균 확진자 규모는 25만4158명. 지난달 중순 정점을 찍고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지만 전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 수인 130만 명을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수치다.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 시점은 지난달 8일이다. 수십만 명 규모였던 하루 확진자 수가 3만~4만 명대 수준으로 감소했던 시기다. 이때 한국은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 명(3월 8일 기준 34만2427명)을 돌파하면서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정점은 불과 약 2주 전인 3월 16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 62만1327명을 찍고 현재 일주일 평균 20만 명 중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비교하면 미국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오미크론를 잇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방역 당국은 꾸준히 거리두기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거리두기 조치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 해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미국 사례를 봤을 때 기다림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틴=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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