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체면 구긴 무신사… 온라인 패션, 짝퉁과 전쟁 중

신동진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4-06 03:00 수정 2022-04-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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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네이버 크림과 짝퉁 공방
무신사서 판 셔츠, 결국 가품 확인… “명품 검수 강화하겠다” 밝혀
입점한 유통사 가품 확인 부실… 온라인 플랫폼 신뢰 도마에 올라



네이버의 리셀(재판매) 플랫폼인 크림과 ‘해외 짝퉁 티셔츠 공방’을 벌이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관련 상품 판매 중단과 명품 검수 강화 조치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위주로 급속도로 커진 명품과 리셀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짝퉁 논란으로 옮겨 붙었고 네이버의 승리로 일단락된 셈이다. 이번 논란으로 해외 브랜드 ‘산파’ 역할을 했던 온라인 플랫폼 전반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는 5일 가품 유통 방지를 위해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해외 브랜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최종 가품 판정을 받은 에센셜 티셔츠처럼 제3자를 통한 제품 조달을 지양하고 해당 브랜드에서 직접 상품을 조달하는 방식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브랜드가 아닌 해외 부티크(도매업체) 등 제3자로부터 상품을 조달할 경우 기존 3단계 검수 과정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에센셜 티셔츠는 미국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세컨드 브랜드 제품으로 무신사가 올 1월 12만 원에 판매했다. 이 옷을 구입한 고객이 크림을 통해 되팔기에 나섰는데 크림이 검수한 후 가품으로 판별하면서 두 업체 간의 진실 공방이 시작됐다. 1일 제조사인 피어오브갓이 양사에 공식적으로 가품 확인을 해주고서야 3개월간의 논란이 일단락됐다.

무신사는 구매액 200% 환불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번 논란은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뇌관이 ‘가품 리스크’임을 재확인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최근 1∼2년 사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급성장했다. 자체 감정팀을 두거나 전문 감정원에 의뢰하는 등 정품 인증 서비스와 200% 보상제도 등을 마련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전략이 주효했다.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정품 보증 제품을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무신사 같은 기존 패션 플랫폼도 해외 럭셔리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무신사는 고급 브랜드를 취급하는 ‘부티크’ 스토어를 지난해 6월 오픈했고 20대가 좋아하는 신흥 브랜드 등을 대거 유치해 반년 만에 입점 업체를 100여 개로 늘렸다. 무신사는 수입 시 △거래 업체 평판 확인 △수입 서류 확인 △명품감정원 샘플 검수 등 3단계 검수를 철저히 함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식 유통사(‘팍선’)를 통한 수입품에서 가품이 나오면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신사가 1일 ‘가품 안내’ 공지 글에서 에센셜 티셔츠에 대해 자사 판매 제품 외에 다른 플랫폼의 정품 검수 제품과 다른 공식 유통사 ‘쎈스’ 제품 등 6개 역시 모두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가품 논란은 다른 명품 플랫폼으로도 튀고 있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는 “이제 정품은 누굴 믿고 사나” “다시 백화점 가야겠다”는 글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명품 브랜드와 직거래가 힘든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간 수입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유통구조가 복잡해 검증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감정업체들 역시 주로 기성 브랜드를 다루고 있어 신흥 브랜드의 경우 참고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해외 부티크 등을 통해 병행 수입하는 플랫폼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악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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