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하고 외식물가는 IMF 이후 최고…물가상승률 10년만에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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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05 08:06 수정 2022-04-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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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여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외식물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정부는 1분기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올해 내내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불안한 국제 정세 등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다 지난달 4%를 돌파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에 올라선 건 2011년 11월과 12월 각각 4.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석유류 등 공업제품 오름세 확대로 상승폭이 전월 대비 0.4%포인트(p) 확대됐다”며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가 (물가를) 0.53%p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 이번달 상승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오름세 둔화했지만…석유류·외식 가격이 물가 상승 주도

© News1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그중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6.9% 올랐는데 이는 2008년 10월(9.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1년 전보다 6.4%, 석유류는 31.2% 급등했다.

가공식품은 2012년 4월(6.5%) 이후, 석유류는 지난해 11월(35.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0.4% 올라 올해 1월(6.3%), 2월(1.6%)보다 오름세가 둔화됐다.

1년 전보다 수입쇠고기(27.7%), 포도(24.5%), 귤(18.2%)이 많이 올랐고 파(-62.0%)와 양파(-50.0%), 고구마(-25.2%) 등은 떨어졌다.

수입쇠고기 가격 상승은 국산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대체효과에 따른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서비스가 4.4%, 공공서비스가 0.6%, 집세가 2.0% 오르면서 3.1%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6.6%, 외식 외는 2.9%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생선회가 10.0%, 치킨이 8.3%, 보험서비스료가 13.4% 올랐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수요 회복과 국제곡물가격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상승이 누적되며 재료비가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동월 대비 2.9% 올라 지난 2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에 근원물가도 3개월째 3%대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의 모습. /뉴스1 DB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3.3% 올랐다. 올해 1월부터 3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도 높게 나타나는 것은 서비스 가격의 상승 영향이다.

어 심의관은 “지난해 중반 이후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근원물가도 오르는 추세”라면서 “경기가 회복되면서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2.9% 상승해 2월과 같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며 2.2% 하락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5.0% 올랐다.

자신이 소유한 주택과 유사한 주택을 임차할 경우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인 ‘자가주거비’를 포함한 물가지수는 3.7% 상승했다. 역시 2011년 12월(4.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최근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정부, 고유가 부담완화책 가동하지만…“전체 물가 영향은 크지 않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4.5/뉴스1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부담이 심화되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등 ‘고유가 부담완화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Δ유류세 인하폭 30%로 확대 Δ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한시 지원 Δ차량용 부탄(LPG) 판매부과금 30%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물가문제는 가처분소득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정부 총력대응에 더해 가계와 기업도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서민의 부담 완화를 위한 측면이 크고, 실제 물가상승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 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없었어도 불안요인이 있던 상황에 대외적인 물가상승요인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공업제품 가격, 개인서비스 중 외식 추이를 볼 때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유류세 인하 자체는 오름세 확대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그보다 빠르게 나타난다면 크게 영향이 없을 수 있다”며 “전체 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현재의 고물가 흐름이 올해 내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어 심의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분기에서 4분기로 갈수록 오름세가 확대됐다”면서 “남은 기간 내내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하반기엔 역기저효과가 작용하며 상승폭이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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