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투자는 모두에게 더 큰 이득… 영세기업 정부지원 확대해야”

주애진 기자

입력 2022-04-05 03:00 수정 2022-04-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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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산재기금 정부출연 0.2% 그쳐… 현장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가져야 합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65·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협회 중앙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인식 변화’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로 인해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면서도 “사후 처벌이 피해를 회복시켜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실천하려는 현장의 노력이라는 것이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196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산업안전 분야 종합 컨설팅 기관이다. 전국 7개 지역본부에서 기술사, 박사 등 산업안전 전문가 1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현재 50인 이상 규모의 안전관리 업무 수탁 사업장 8800여 곳, 안전관리 기술 지도를 받고 있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3000여 곳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관리와 안전 관련 교육, 인증,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민간 재해예방기관 중 유일하게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

박 회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이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안전관리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사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관리 외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컨설팅도 요청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한 컨설팅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8800곳을 위험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고위험 사업장 특별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통합 안전보건관리 전산 시스템인 ‘스마플’도 개발하고 있다.

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기업들의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5∼49인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가 전체의 52.3%”라며 “소규모 사업장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에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산재보험기금 8조8000억 원 가운데 안전한 일터 조성에 사용하는 금액은 1조1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영세기업에까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부터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산재기금에 출연할 수 있는 예산은 법적으로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3%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출연금은 2020년 기준 0.22%(155억 원)에 그쳤다. 그는 “안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정부는 재정 지원을 늘리고 민간 재해예방기관이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새 정부에서도 안전정책의 기조는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며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인다는 대전제 아래 안전한 일터 조성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더 효율적이고 발전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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