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노동정책 첫 시험대…내일 최저임금위 1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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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04 14:48 수정 2022-04-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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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440원(5.1%) 높인 9,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2021.7.13/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가 5일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어떤 공약이나 직접 언급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최저임금 논의는 향후 새 정부 노동정책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노사 간 이견 조율이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1차 전원회의가 내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다.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심의·의결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고용부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심의를 요청하고, 최저임금위는 요청일로부터 90일 이내 (6월말)에 차기 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도출해야 한다. 법정 최저임금 결정 고시기한은 오는 8월5일이다.

최저임금은 ‘1만원’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인상률을 보였는데 2018년 16.4%(7530원), 2019년 10.9%(83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경기악화에 지급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자 2020년 인상율은 2.9%(8720원)까지 후퇴했고, 지난해 1.5%(8720원)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후 올해 최저임금은 5.05%가 인상된 지금의 9160원으로 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3/뉴스1
현 정부도 결국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압박 등 환경적 변화에 ‘1만원’ 목표 달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24일 발표한 ‘2022년 2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22년 3.1%, 2023년 2.0%로 제시했다. 직전 발표한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2.0%, 내년 1.7%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1.1%p, 0.3%p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승 폭은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 속 새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윤 당선인이 선거과정 중 최저임금에 대해 어떤 직접 언급도 없었던 점, 공약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은 새 정부의 최저임금 기조를 더 예단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장 노동계는 불확실한 새 정부의 최저임금 기조에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30여개 노동자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임금수준 보장”이라며 “목적에 맞게 심의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는 “사용자단체는 새 정부 탄생 이후 ‘물 만난 고기’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상 어려움의 주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위원들은 부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소모적이며 불필요한 논의는 접어두고 노동 취약계층의 생활안전을 위한 생활임금 인상과 개선활동을 위한 건설적인 자세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새 정부를 향해서는 “올해는 윤석열 당선인 정부의 최저임금 첫 심의가 이뤄지는 만큼 최저임금연대는 차기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의 올바른 운영을 당부한다”며 “소득불균형과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줄곧 ‘최저임금’과 관련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일부 발언의 행간을 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엿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안양 유세에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해야 하느냐”며 “200만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으라고 해야 하나”라는 사용자 측의 경영부담에 공감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또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 월급올리라고 하면 저 4%(강성노조)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고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라는 발언으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소속당인 국민의힘 내부의 조율을 거친 공식입장이라거나 공약은 아니라는데 ‘최저임금’과 관련한 새 정부의 방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윤 당선인이나 새 정부 인수위의 노동정책 기조는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에 맞춰져있다는 점에서 노동계가 바라는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이날 인수위는 안철수 위원장이 주재한 전체회의를 열어 분과별로 선정한 최우선 국정과제를 보고받았는데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국정 과제의 핵심은 ‘민간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노동계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이 일찍부터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새 정부의 방향성도 그렇지만, 당장 장기 레이스에 돌입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위원 구성도 관심거리다.

새 정부가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의 중립성을 위해 현 정부에서 임명·유임된 공익위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계속 끌고 갈지, 아니면 새로운 위원회를 꾸릴 지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위원 간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맡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현재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5월 임기 유임으로, 오는 2024년 5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일단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현 위원들로 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이 감정적·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무엇보다 객관적인 지표와 논리적인 수단을 가지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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