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모셔요”…코로나19가 바꾼 취업 지형도

주애진기자

입력 2022-04-04 11:49 수정 2022-04-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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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동아DB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국내 채용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히 산업·직종별 채용 수요가 달라진 것뿐 아니라 전반적인 채용 방식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존에도 진행되던 채용 시장의 변화를 더욱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IT·미디어 채용 늘고 판매·서비스 감소


4일 취업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산업별 정규직 채용공고는 2만8456개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만4711개)보다 90%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보기술(IT)·통신업 채용공고가 차지한 비중이 32.8%였다. 2년 전 같은 업종 비중이 22.5%였던 것과 비교하면 10.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해당 분야의 인력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문화 산업의 채용공고 비중도 2년 새 2.2%에서 3.7%로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대면서비스 중심의 판매·유통업 채용공고 비중(7.0%)은 2년 전(9.7%)보다 2.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채용공고도 10.3%에서 8.0%로 감소했다. 전체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역시 업황 부진 탓에 37.5%에서 33.8%로 쪼그라들었다.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직무별로 분석해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직무별 채용공고(3만9863개)의 25.8%가 IT·인터넷 직무 인력을 뽑는 공고였다. 2019년 전체(1만9796개)의 19.0%였던 것과 비교하면 6.8%포인트 늘었다. 영업·고객 관련 직무(9.2%)와 서비스 직무(2.4%)는 각각 3.4%포인트, 1.5%포인트 감소했다. 채용공고 1건에 여러 직무가 동시에 게재됐을 때는 중복 집계해 산업별보다 직무별 공고의 전체 숫자가 더 많다.

지난해 전체 채용공고가 2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건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서다. 3월 말 기준 캐치에 올라온 현대자동차의 신입 채용공고는 직무별로 8건이었다. LG전자도 계열사별로 수시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 공채를 유지하는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의 채용공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경력 우대 심화, 3년 미만 ‘중고 신입’ 선호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지난해 경력직 채용이 2배 이상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경력직 채용공고는 2만3451건으로 2019년(1만651건)의 2.2배였다. 지난해 신입 채용공고가 7171건으로 2년 전(4309건)의 1.7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다만 신입 채용은 한 번에 대규모로 이뤄지는 만큼 전체 인원으로 따지면 여전히 신입 채용 규모가 더 큰 편이다.

진학사 캐치의 김정현 소장은 “이전에도 경력직 선호 현상은 있었지만 급격한 디지털화와 재택근무 등의 변화로 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20, 30대 중심으로 불고 있는 ‘이직 열풍’도 이처럼 경력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력이 짧은 ‘중고 신입’을 뽑는 새로운 채용 전형도 생겨나고 있다. SK그룹은 ‘주니어 탤런트’라는 전형을 통해 3년 미만의 경력자를 정기적으로 뽑고 있다. LX인터내셔널도 주니어 경력 전형을 통해 전 채용 부문에서 3년 미만의 경력자를 뽑는다. ‘중고 신입’을 뽑으면 직무교육 시간을 줄여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 이전에 열렸던 대학 캠퍼스 리크루팅 행사가 사라지고 최근에는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채용 컨퍼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삼성카드, SK텔레콤 등은 자체적인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연다. 진학사 캐치와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플랫폼 ‘헤이조이스’ 등은 산업·직무별 현직자 중심의 커리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캐치는 매달 디지털·IT 관련 커리어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이달 26일에는 메타버스를 주제로 개최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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