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4500조…‘부실폭탄 부메랑’ 온다

강유현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2-04-04 03:00 수정 2022-04-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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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GDP대비 빚 24.6%P↑…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 큰 폭
자영업 생계대출-개인 ‘빚투’ 여파
변동금리 대출 비중 8년만에 최고
금리상승 직격타… 줄도산 우려


직장인 조모 씨(30)는 2년 전 경기 용인시의 5억 원짜리 오피스텔을 샀다. 마이너스통장과 사내대출로 2억 원을 마련하고 전세금 3억 원을 낀 ‘갭투자’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투자 붐이 일던 때였다.

하지만 올해 초 세입자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급하게 오피스텔을 매물로 내놨지만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3개월째 사겠다는 사람도, 전세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다.

조 씨는 이달 15일까지 돌려줘야 할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탓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 결국 금리가 연 4.6%로 더 높은 새마을금고에서 2억 원을, 보험사 종신보험을 담보로 2000만 원을 빌렸다. 부족한 8000만 원을 메우기 위해 지금도 친척들에게 연락하고 있다. 조 씨는 “2년 전 연 2.8%였던 마통 금리가 4.3%로 뛰어 한 달에 갚는 대출 원리금만 170만 원”이라며 “이자 부담에 생활비까지 쪼들려 흰머리가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말 4500조 원을 돌파한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가 대출 금리 상승과 자산시장 부진과 맞물려 가계와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실물경제에 비해 민간의 빚이 과도하게 늘면서 한국 경제에 전방위 영향을 줄 수 있는 취약 고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4.6%포인트 뛰었다. 외환위기(13.4%포인트),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 글로벌 금융위기(21.6%포인트) 때보다 상승 폭이 크다. 과거 경제 위기 때보다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 취약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민간부채는 지난해 말 4540조 원으로 GDP의 2.2배를 넘어섰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상승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월 현재 76.5%(잔액 기준)로 8년 만에 가장 높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빚을 늘려온 가계와 자영업자, 한계 기업 등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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