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의뢰한 19세기 산수화, 전통방식 복원 보람”

이소연 기자

입력 2022-04-04 03:00 수정 2022-04-0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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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서화 복원’ 장연희 학예연구사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에서 장연희 학예연구사가 미국 새뮤얼한 박물관이 복원을 의뢰한 산수화를 살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개월간 손수 쪽빛으로 물들인 명주예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통 방식을 지켜야죠.”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유물의 병원’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17년째 근무 중인 서화 복원 전문가 장연희 학예연구사(44)가 명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로 8m, 가로 30cm 명주 위에 산수화 4점을 올려놓고 직접 쑨 풀죽으로 장황(裝潢·서화에 비단을 발라 꾸미는 것)을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작자 미상의 19세기 산수화는 미국 플로리다주 새뮤얼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새뮤얼한 박물관은 2019년 이곳에 복원을 의뢰했다. 현지 전문가가 번들거리는 노란색의 중국식 장황으로 복원해 원형이 훼손됐기 때문.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부터 외국 박물관 내 한국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등 8개국 30개 기관이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서화는 한국 전통 방식으로 장황을 해야 해 매년 한 건 이상 의뢰가 들어온다. 지금까지 복원한 해외 소재 서화는 51점.

장 연구사는 이 중 미국 오하이오주 오벌린대 앨런기념관에 소장된 병풍 ‘출행도(出行圖·왕의 행차를 그린 그림)’를 잊지 못한다. 도화서 화원이 그린 이 병풍은 국내 첫 근대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미국 선교사 달젤 벙커(1853∼1932)가 산 뒤 1933년 오벌린대에 기증했다. 2000년대 초 일본 전문가가 장황을 복원하며 고유의 빛깔을 잃었다. 2018년부터 2년간 이를 복원한 장 연구사는 “조선을 위해 희생한 벙커 선교사를 위해 작은 보답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며 웃었다.

“제 손을 거친 작품이 외국 박물관에 걸린 모습을 떠올려요. 외국인에게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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