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준비 안하면 행복한 삶 없어”

양평=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4-04 03:00 수정 2022-04-0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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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플래너’ 송길원 목사
“정인양 사건 많은 분들 분노-공감… 사회적 반성과 치유 이뤄지는 과정
수목장 만들며 생긴 100m 옹벽에 신-구약 담은 ‘성경의 벽’ 계획”


지난달 31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내 수목장 ‘소풍 가는 길’을 둘러보다 쉬고 있는 송길원 목사. 뒤편 옹벽에 ‘100m 성경의 벽’이 들어선다. 양평=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31일 찾은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Hifamily)’. 30여 년 전부터 행복과 가정, 미래를 하나의 메시지로 전파해온 송길원 목사(65)가 설립한 국내 첫 행복가정 비정부기구(NGO)다. 이곳에는 2012년 부활절 계란을 형상화한 청란교회를 시작으로 하이패밀리 센터, 수목장 ‘소풍 가는 날’, 순례길 등이 조성돼 있다. 소풍 가는 날의 어린이 묘역인 안데르센 공원묘원에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 양의 묘소가 있다.

―행복과 웃음치유사에서 이제 ‘엔딩 플래너’, 장례감독이 됐는데….

“가족 사역을 30여 년 하다 보니 결국 죽음의 문제에 이르렀다. 결혼으로 시작되는 가정의 탄생, 중년의 위기, 노년과 죽음의 문제는 저를 포함해 생애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죽음을 준비하지 않은 이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정인 양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아픈 사연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같이 분노하고 울어주며 공감했다. 우리 사회에 아직 따뜻한 가슴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회적 반성과 치유가 이뤄지고 있었다. 새벽 2, 3시에도 사람이 오더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임에도 이곳을 찾는 엄마들의 추모하는 마음이 경이로웠다.”

―사회적 반성과 치유는 어떤 의미인가.

“사회적 재난과 죽음을 1인칭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그들이 죽었다’의 3인칭이 아니라 나의 것, 나의 문제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 때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 우체통을 설치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불렸다.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 세월호 현장이 그랬다. 묘지는 사회적 치유를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추모객들이 남긴 꽃이 있는 정인 양 묘소 등을 둘러보던 송 목사는 이곳에 생길 변화도 언급했다. 수목장 하는 곳을 만들면서 생긴 옹벽에 ‘100m 성경의 벽’이 들어선다. 옹벽과 연결한 철골 구조물을 세운 뒤 그 위에 성경 구절이 새겨진 약 5400개의 작은 스테인리스 패널을 부착하는 방식이다.

―성경의 벽은 언제 완성되나.

“옹벽 상태로 덩그러니 남아있어 좀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디자인과 기본설계는 마친 상태다. 구약과 신약을 모두 그 벽에 담을 수 있다. 양평군과 경기도 목회자 협의회, 전국 각지의 교회들이 힘을 보탰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완공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예기치 않은 죽음을 경험하는 이웃들이 많다.

“죽음은 헛기침하고 예고하며 찾아오지 않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면 우리 삶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죽음에 관해 배워야 한다.”

양평=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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