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마저 치솟자… 갈 곳 잃은 디젤차

이건혁 기자

입력 2022-04-01 03:00 수정 2022-04-0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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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 디젤 판매 두달새 36%→5%…하이브리드 모델은 48%→73.9%로
누리꾼 “경유차는 사실상 끝물”
현대차, ‘세단’ 경유차 생산 안 해…“경유값 내리면 수요 늘 것” 전망도



경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좁아진 경유차 입지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대기오염 주범이라는 인식에 더해 지난해 요소수 부족 사태로 수요가 줄어들었고, 경유차의 장점이던 저렴한 연료비마저 사라지고 있어서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기아 쏘렌토의 경유차 모델 판매 비중은 지난해 12월 36.0%에서 올해 2월에는 5.4%로 급감했다. 월 판매량이 2003대에서 257대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모델은 48.0%에서 73.9%로 늘었다. 휘발유차 모델도 16.0%에서 20.7%로 소폭 증가했다. 쏘렌토는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판매량이 월 5000대가량으로 가장 많은 차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유차 누적 등록 대수는 987만 대로 1년 전(999만 대)보다 12만 대 줄며 사상 처음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최근 경유차 판매 감소가 전용 제어장치 관련 부품 부족 때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유차 수요가 줄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했다.

자동차 소비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경유차 구매를 서로 말리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디젤(경유)차는 사실상 완전히 끝물”이라며 “찾는 사람도 없어져 중고로 팔 때 가격도 ‘떡락(폭락)’할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소비자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동일하다면 디젤 매연 저감장치(DPF)와 배기가스 저감장치(EGR)가 없고 요소수 안 넣는 가솔린이 유리하다”는 분석 글을 올렸다. 경유차를 사면 친환경을 중시하는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는 글도 늘었다. 한 소비자는 “디젤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려 스트레스다. 1년 기다려 ‘하브(하이브리드차량)’ 사는 게 낫다”고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휘발유차 대비 높은 연료소비효율이 경유차의 강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연비가 개선된 하이브리드 SUV가 늘어나면서 굳이 경유차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더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경유차와 거리를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제네시스G70과 G80 경유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며 세단으로는 더 이상 경유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친환경 소비 트렌드 때문에 경유차를 적극적으로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판매직원 김모 씨는 “최근 차를 구입하러 오는 소비자 중 경유차를 사려는 생각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휘발유 차량을 사려다가 출고 대기 줄이 너무 길 때 마지못해 경유차를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유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 경유차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중단으로 글로벌 경유 부족 사태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보다 더욱 심각한 경유 부족이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며 “탈탄소 흐름 때문에 경유 생산에 추가로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경유 가격 강세로 이어져 경유차 퇴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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