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는 어디서든 기죽지 않아요… 무대란 꿈을 좇는 우리처럼”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4-01 03:00 수정 2022-04-0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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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아역배우 오디션 현장
‘10월 개막’ 뮤지컬 빛낼 꿈나무들 연기-노래-춤 배운 후 시험 치러
캐릭터 이해능력도 눈여겨봐… 선발 후엔 부모에 ‘탈락 이유’ 설명
연출가 “떨어진 아이에도 축하를”


24일 서울 중구의 한 연습실에서 뮤지컬 ‘마틸다’의 마틸다 역 준결승 오디션에 참가한 13명이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이는 ‘마틸다’의 오리지널 제작사인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의 톰 호지슨 안무감독이다. 아래 사진은 2018년 국내 초연된 ‘마틸다’ 공연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마틸다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볼래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마틸다’ 아역배우 오디션 현장. 뮤지컬 ‘마틸다’ 오리지널 제작사인 영국 로열셰익스피어 소속 닉 애슈턴 연출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3명의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번쩍 손을 들었다.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했다. “잘못된 일을 자기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대답했다. “텔레비전보다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마틸다는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아요.”

10월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마틸다’는 지난해 9월부터 주인공 마틸다 역을 포함해 아역배우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아역 캐릭터가 중심인 이 작품은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날 오디션은 마틸다 역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일종의 준결승 자리였다. 여기까지 올라온 아이들은 8∼11세로 초등학교 저학년이 많았다. 극 중 5세 소녀인 마틸다를 연기하기 위해선 키가 132cm 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 아역도 ‘키 142cm 이하’ ‘변성기 이전’ 같은 신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애슈턴 연출가는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오디션에서 캐릭터를 설명하고 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캐릭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오디션은 배우들이 춤이나 노래, 연기를 시연하고 심사위원이 합격 혹은 불합격 여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에 비해 아역배우 오디션은 학습 과정을 거친다.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 모두에게 춤과 노래, 연기를 가르친 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반항아 캐릭터 브루스 역을 뽑는 오디션도 마찬가지였다. 피아노 앞에 선 아이 20명이 반주에 맞춰 ‘마틸다’의 넘버 ‘revolting children(불쾌한 아이들)’의 한 대목을 합창했다. 유심히 듣던 음악감독 스티븐 에이모스는 손을 들어 노래를 멈추고 설명을 시작했다. “늘어지면 안 되고 내질러야 해” “마지막 음절은 짧게 해서 다시 불러보자” 마치 음악 수업 같았다. 오디션에 참가한 나다움 군(11)은 “브루스가 부르는 노래들은 음이 높이 올라가서 어렵다”며 “높은 음정을 정확하게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캐릭터별로 오디션 합격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틸다’ 한국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실장은 “마틸다는 노래와 춤보다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아역배우를 선호한다”며 “고음의 넘버를 주로 소화하는 브루스 역의 경우 춤과 연기보다는 노래 실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시컴퍼니는 오디션에서 탈락한 아이들의 부모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위로하는‘페어런츠 브리핑’ 시간도 마련했다. 애슈턴 연출가는 “배우를 선발할 때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공연에 필요한 여러 재능이 균형 있게 발달했는지를 고려한다”며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훌륭하고 많은 것을 성취했으니 많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루스 역 오디션에 참가한 10세 아들을 둔 송정은 씨(39)는 “아이가 탈락해도 축하해주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며 “아이가 떨어지더라도 꼭 안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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