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그리고 도약

송혜미 기자

입력 2022-04-01 03:00 수정 2022-04-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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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그리고 도약]‘디지털 플랫폼’ 변신 나선 금융사들
AI 은행원이 고객과 소통…메타버스에 가상 영업점 만들고
뱅킹-투자부터 헬스케어까지… 마이데이터로 맞춤형 정보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 금융사들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핀테크(금융 기술기업)의 진격에 맞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Big Blur)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주요 금융그룹들은 일제히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올들어 금융권 데이터 전쟁의 승패를 가를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디지털 신사업을 선점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선점 위한 치열한 경쟁

올 1월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마이데이터 사업은 디지털 금융의 격전지로 꼽힌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빅데이터가 금융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 전환에 주력하는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주력 계열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받아 본격적인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고객의 금융상품 거래 정보를 또래의 고액 자산가들과 비교해주는 등 자산 관리에 특화돼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라이프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뱅킹, 지불결제, 투자, 헬스케어 등의 데이터를 접목해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를 필두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의 마이데이터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진단해주고 소비, 지출과 관련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또 재테크가 어려운 사회 초년생 등을 위해 재테크 고수들의 순위를 익명의 랭킹으로 제공하는 ‘고수의 랭킹’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 고객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KB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자산까지 관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과 연계한 ‘맞춤형 목표관리’ ‘마이금고’ 등의 서비스가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핀크 등 하나금융 4개 계열사 공동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하나합’을 내놓고 맞춤형 자산관리 컨설팅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기술 접목해 새로운 금융 경험 창출

금융권은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의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2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가상 영업점인 ‘KB금융타운’의 베타 버전을 만들었다. 고객의 금융 교육을 위해 게임을 만들어 가상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가상의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거나 대출을 갚는 등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KB금융타운 베타 버전은 메타버스를 금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공간이다. 주식 시세 등 외부 정보와 연계하고, 화상 상담 서비스나 모바일 브랜치와 연동이 가능한지 검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메타버스 영업점 설립을 목표로 화상회의 기반의 게더 플랫폼 등에서도 가상 영업점을 시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자체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 인증 등 각종 거래에 활용되는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네트워크 환경을 뜻한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디지털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금융 거래에 필요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고객은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QR코드 스캔으로 실명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예·적금, 대출, 외환 등 47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체불가토큰(NFT)의 송금, 결제에 이용하는 ‘멀티자산지갑’ 등 다양한 서비스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AI 은행원을 고객 업무에 투입한 데 이어 AI 은행원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AI 은행원이 맡은 업무는 입출금 및 예·적금 통장 개설은 물론이고 잔액 증명서 발급, 신용대출 및 예금담보대출 신청 등으로 넓어졌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영업점 직원이나 디지털 데스크의 화상 상담 직원을 기다릴 필요 없이 AI 은행원을 통해 빠르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을 디지털 데스크를 중심으로 40여 개 지점에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시장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디지털 빅뱅의 변곡점에 있다”며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사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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